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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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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리 (지은이)
시크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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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트랩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허니트랩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0737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6-11-30

책 소개

한여리 장편소설. 폭력으로 얼룩진 8년의 연애가 드디어 끝났다. 이별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의 하룻밤으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고, "우리, 할 얘기가 남지 않았나?" 그는 위험한 기운을 풍기면서 웃었다. 할 이야기. 그렇게 도망쳐 버린 이유를 말함인지, 아니면 이 짙은 키스의 다음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목차

1 ……… 007
2 ……… 048
3 ……… 090
4 ……… 127
5 ……… 170
6 ……… 213
7 ……… 253
8 ……… 281
9 ……… 307
10 ……… 332
-영우 ……… 353
-진운 ……… 374
외전 1. 밀월여행 ……… 455
외전 2. 질투 ……… 464
외전 3. 허니트랩 ……… 485

저자소개

한여리 (지은이)    정보 더보기
달큰, 끈적한 성인 로맨스를 지향합니다. [출간작] 달콤한 것이 좋아 거울의 저편 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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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잘 지냈어요?”
잘 지냈던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일상은 숨 가쁘게 지나갔다. 익숙한 것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생각보다 녀석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많았다. 갑자기 휑해진 일상 속으로 그가 파고들어 왔던 것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현은 잘 지냈다. 오늘도 진운이 가게를 들르겠지, 오늘도 그럴 거야, 하며 어느 샌가 기다리는 자신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 매일이 그로 가득 차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그가 대놓고 그때의 일을 상기라도 시키듯 잘 지내는가에 대해 묻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조차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는 주제였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은 왜 그렇게 가 버렸습니까?”
그가 자꾸 곤란한 것을 물어 왔다. 그날, 그러니까 그와 하룻밤을 보내 버린 그날.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는 주제에 모르는 척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어제는 그를 떠올리며 제 손으로 수음을 했다. 귓가에 나지막이 내려앉던 그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이리 와요.”
두 번째 담배를 입에 물고, 정현의 입에도 물려준 진운이 손을 내밀었다. 커다란 손이 그를 향해 미동 없이 내밀어져 있었다. 여전히 정현은 망설이며 그 손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불이 붙은 것같이 뜨거운, 그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간 입술이 화끈거렸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가도록 그 손은 미동 없이 그를 향해 내밀어져 있었다. 꽁초를 버리고도 조금 망설이던 정현은 머뭇머뭇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제까지는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던 손이, 정현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손가락이 얽혔다. 깍지가 끼워진 손안으로 순식간에 땀이 들어찼다. 불쾌하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몸이 휙 끌어당겨졌다.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진운의 품안으로. 추운 겨울바람이 얇은 니트 안으로 살갗을 스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운의 품안이 무척이나 따듯해서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입술이 닿았다. 부드럽게 와 닿은 입술 사이로 나온 혀가 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그렇게 정현의 입술을 벌린 부드러운 입술은 뜨거웠다. 그리고 곧 진운은 정현의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광포함에 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삼켜지는 것 같았다. 그런 키스는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억 속 어렴풋하게 남아 있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그는 절제하지 않았고, 절제를 위해 몸을 빼려는 정현을 더욱 몰아쳐 울게 만들었다. 질척이던 액체소리가 귓가에 아스라이 들릴 만큼 비명 같은 교성을 내질렀던 것이 떠오르자 얼굴이 뜨거워졌다.
“다른 생각 중입니까?”
잠시 떨어졌던 입술은 바람 새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파고들었다. 담배를 쥐어 주던, 명함을 건네던 손은 망설임 없이 정현의 바지춤으로 내려왔다. 느릿하지만 자비가 없는 손길에 발기해 터질 것 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벽에 기대어 섰던 진운이 끌어당긴 탓에 어둠 속으로 숨은 두 그림자는 하나의 형태로 엉겨 있었다. 숨이 가빠져 입술을 떼려고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럴수록 커다란 손은 점점 더 정현을 압박할 뿐이었다. 사실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몸의 반응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을 뿐이다. 언제나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던 정현은 그 때문에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드르륵.
“흡연구역은 저기. 꽁초는 캔 속으로 잘 넣어 주세요.”
“넵!”
영우의 목소리와 장난기 섞인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 정현은 진운을 힘껏 밀어냈다.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숨이 차올랐다. 여전히 그는 얄미울 정도로 말짱하기만 했다.
“어, 대표님? 왜 이렇게 담배를 오래 피우세요?”
“아.”
“동경 사장님도요. 주방장님이 계속 찾으시던데.”
“네. 이것만 더 피우고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냈다. 사실 그가 주지 않아도 담배는 바지주머니에 얌전히 들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진운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자 안 그래도 뜨거운 얼굴이 조금 더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속내를 들켰다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대표님, 안 들어가세요?”
“이것만 피우고요.”
“네, 빨리 들어오세요. 다들 찾아요.”
담배를 한 대 더 피우는 동안 가빴던 숨은 잦아들었다. 단단해진 몸 끝은 여전히 똑같았지만 헐렁한 니트 끝으로 그럭저럭 들키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제 옷매무새를 점검하는 정현에게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오늘 몇 시에 끝납니까?”
“글쎄요, 그쪽이 가시면?”
“아, 그렇군요.”
짙은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다시 단정하게 돌아갔다. 조금 웃은 것도 같다. 딴사람이 했다면 멍청한 질문이라고 여겼을 그 질문이 어쩐지 진득하게 눌어붙었다. 진운이 노골적으로 풍겨오는 뉘앙스 때문에.
“일이 끝나면, 같이 갈까요?”
“네?”
“우리, 할 얘기가 남지 않았나?”
그는 위험한 기운을 풍기면서 웃었다. 할 이야기. 그렇게 도망쳐 버린 이유를 말함인지, 아니면 이 짙은 키스의 다음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현은 저도 모르게 기대를 해버리는 스스로가 어이없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쉽게 젖어들어 버린 것일까.
“전화번호, 말해 봐요.”
남자의 목소리는 거역할 수 없는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술술 전화번호를 내뱉고는 재빨리 가게로 돌아왔다. 진운은 잠시 후, 특유의 무표정함을 유지한 채 가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주친 눈동자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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