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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0744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6-12-27
책 소개
목차
1. 인생은 아름다워 7
2.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07
2.5 나쁜 종자 162
3. 혐오스런 이도윤의 일생 174
3.5 시기는 영혼을 잠식한다 264
4. 굿바이 칠드런 274
에필로그 408
외전: 연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코쿠 씨.”
내가 불렀다. 왜? 라고 묻듯 시코쿠 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말했다. 전요, 라고 말했을 때처럼. 시코쿠 씨처럼 되고 싶어요, 라고 말했을 때처럼.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시코쿠 씨한테 키스하고 싶어요.”
시코쿠 씨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허락을 구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극장 내놨죠.”
“응.”
“집도 비웠고요.”
“응.”
시코쿠 씨의 대답은 담담하고 간결했다. 다 지나간다. 폭우도 해일도 다 지나간다. 시코쿠 씨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왜요?”
나는 물었다. 시코쿠 씨는 말이 없었지만 잠시였다.
“왜였다고 생각해?”
극장주가 극장을 팔고 사택을 비우면 이내 그곳을 떠날 거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안다. 시코쿠 씨는 떠난다. 떠날 것이다. 내가 시코쿠 극장, 아니 시코쿠 극장이었던 곳 정문에 붙어 있는 ‘임차인을 구합니다’라는 쪽지를 번번이 떼어 놓아도, 까만 대문에 까만 래커로 쓰여 있는 아동 강간범이라는 낙서를 지워 놓아도, 나는 시코쿠 씨가 떠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모르겠니?”
겨우 두 계절이었다. 봄과 여름, 겨우 두 계절이었는데 그사이 시코쿠 씨는 내 우주가 되었다. 비였고 거리였고 처마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물방울이었다.
“아니요.”
나는 울지 않았다. 아이가 울면 어른들이 달래 준다고들 했다. 사탕이고 초콜릿이고 죄 손에 쥐여 준다던 말이 있다. 나는 해당되지 않았다. 내 울음은 상대의 짜증을, 경멸을, 손찌검을 부를 뿐이었다. 십삼 년 동안 아버지가 가르친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해할 수 있어요. 시코쿠 씨도 지저분한 소문 달고 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시코쿠 씨가 천천히 입을 뗐다.
“떠날 거야.”
어쩌면 시코쿠 씨는 내게 시코쿠라는 상처를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결코 잊지 못할 상처. 몸을 씻을 때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누군가와 만날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상처. 시코쿠 씨의 오른뺨을 가로지르는 흉터와도 같은 상처. 그런 거라면 기꺼이 상처 입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시코쿠 씨가 덧붙였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너하고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