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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881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7-06-16
책 소개
목차
01. 쓴맛 7
02. 신맛 56
03. 새로운 맛 96
04. 매운맛 128
05. 떫은맛 154
06. 차가운 맛 184
07. 짠맛 208
08. 너는 모르는 맛 244
09. 뜨거운 맛 280
10. 단맛 325
11. 시작의 맛 365
12. 세상에 없는 맛 400
에필로그. 세상의 모든 맛 421
작가 후기 44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무 짓도 안 해.”
가끔 쟤가 독심술을 하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랬다. 침착해야 하는데 속을 들켜 버린 나는 괜한 짜증만 내고 말았다.
“누가 뭐랬어?”
녀석은 날 보더니 작게 웃었다. 왜 웃어? 어이가 없어 따졌더니 이젠 눈웃음까지 쳤다.
“나 남자 아니라며?”
“아니지.”
“근데 왜.”
희수는 뒷말은 생략한 채 날 빤히 보았다. 그 뒤에 숨겨졌을 어떤 문장보다 웃음기 섞인 그 눈빛이 참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두 손에 발까지 모두 들었다.
“그래. 가자, 가.”
“어디? 모텔?”
“너희 집!”
이게 지금 내가 서울시 모모구 모모동 모모 아파트 강희수의 집에 녀석과 단둘이 있게 된 과정이다.
안 그래도 자꾸 의식돼서 미치겠는데 택시 아저씨까지 괜한 소릴 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었다.
‘남자 친구가 다정하네. 여자 친구 집에 데려다주나 봐.’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귀찮아 가만히 있었다. 녀석도 마찬가지였는데, 아저씨는 가끔 백미러로 우릴 보며 묘한 눈빛으로 웃었다. 나는 구두를 벗어 던지며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여자 친구 아니란 말 왜 안 했어?”
“당신이 안 하기에.”
“넌 내가 죽으라면 죽을 거야?”
“그때 봐서.”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희수는 두부 사 오란 엄마의 심부름에 응할 때처럼 쉽게 답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떨어지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따르며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침실에서 자. 난 거실에서 잘게.”
욕실 먼저 써. 옷은 옷 방에서 마음에 드는 거 꺼내 입고. 녀석은 잘 훈련된 귀족가의 집사처럼 내게 머그컵을 가져와 건넸다. 스치듯 닿은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 그래. 내가 도어록이랑 싸우는 그 시간 동안 넌 날 기다린다고 밖에 서 있었지.
나는 딱 한 모금을 마시고 컵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 냈다. 그리고 아직까지 내 앞에 선 녀석에게 다시 머그컵을 쥐여 줬다.
“너부터 씻어. 괜히 감기 걸려서 사람 죄책감 들게 하지 말고.”
그러나 난 희수가 욕실에 들어간 지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후회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씻는다고 할걸.
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자니 이상하게 초조했다. 텔레비전을 틀어 채널도 돌려 보고, 도무지 도은지의 점수를 깨지 못하고 있는 앱 게임도 해 보고, 별의별 짓을 다 해 봐도 문을 넘어 들리는 욕실의 물소리는 벗어날 수 없었다.
신혼여행 첫날밤 남자들 기분이 이럴까. 아냐, 요즘은 다들 신혼여행 가기 전에……. 나 왜 이러니, 정말.
오늘은 정신만 놨다 하면 음란한 생각이었다. 섹스가 나쁘단 건 아니지만 상대가 희수니까 문제였다. 음란 마녀 도은지의 마법이라고 우기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
나는 끌어안은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욕실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널 위해서, 그리고 날 위해서 끝까지 우겨보려 했는데 이젠 더는 못 하겠다.
“네가 남자로 보여. 희수야.”
사실은 나도 좀 됐어. 너는 영원히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