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727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09-28
책 소개
목차
7장. 나의 인생, 현일우
8장. 일기일회
9장. B급 연애
Epilogue
외전 1. 하와이에서 생긴 일
외전 2. 작은 아주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외전 3. 이런 하루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주경 씨.”
“…….”
자신을 부르는 일우의 말에 이주경이 TV에 고정했던 시선을 떼고 일우를 바라봤다. 텅 빈 눈. 삶의 의지를 잃은 것만 같았다. 그 눈을 마주하고 나니 자신의 예단이 불러온 결과가 뭔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인간관계와 성격 모두 극과 극을 달리면서도 나름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완벽주의자 성향과 실제로 잘난 능력이 잘 맞물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었다. 타이밍조차 일우의 손을 종종 들어 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주경은 자신의 실수였다. 아주 좋게 풀어서, 주변의 압박 때문에 이렇게 됐다 한들 자신의 예단에서 비롯된 일이란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일우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이주경은 아무 반응 없이 눈만 깜박였다. 혀를 봉합하는 수술을 했다고 했으니 말하기 불편하겠지. 주위를 둘러보던 일우가 이주경 옆에 놓인 펜과 종이를 들어 건넸다. 이주경이 손을 뻗어 받았다. 침대와 연결된 수갑이 철컥, 하며 소음을 냈다.
‘속이 시원해요?’
이주경이 대충 휘갈겨 적은 종이를 일우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사람 죽는 거에 희열 느끼는 미친 새끼도 아니고, 속이 시원할 리가 있나. 일우가 미약하게 인상을 썼다.
“이주경 씨가 혀 깨문 뒤로 강압 수사라면서 말도 많은데 내가 변태도 아니고 설마 속이 시원하겠습니까.”
그 말에 이주경이 일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흉악범들의 눈빛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무언가 확인하고자 일우는 펜을 쥐고 있는 이주경의 손을 잡았다. 이주경이 놀라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렇게 쉽게 벗어나진 못했다. 막 수술이 끝나 회복하고 있는 이주경은 일우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다고 나 안 죽어요. 정말 나 죽일 거면 펜이라도 들고 찔러야죠. 여길, 이렇게.”
일우는 펜을 쥔 이주경의 손을 잡고 펜촉을 어깨 쪽에 대며 속삭였다. 당장이라도 살갗을 파고들 것처럼 날카로운 펜촉에 외려 이주경의 손이 떨렸다. 그걸 눈치챈 일우의 눈은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주경 씨가 자기 혀도 깨물 정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인 건 알겠어요. 더불어 자기 몸은 절대 안 아낀다는 것도. 그럼 반대로 내 몸은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일우는 이주경의 손을 더 거세게 쥐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일우의 미친 행동에 이주경의 눈이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었다.
“나 오라고 난리 쳤다면서요. 뭐 하려고 불렀습니까? 나랑 술래잡기하며 놀자는 건 아닐 테고. 이러려던 거 아니었습니까? 사람 죽여 봤잖아요. 그냥 힘만 주면 됩니다. 별로 어렵지 않을 텐데.”
이주경이 발작하듯 심하게 떨었다. 담당 검사 어디 갔냐고 난리 쳤다는 사람이랑 동일 인물 맞아? 기회를 줘도 못 찌르는데 이런 새끼가 사람을 죽였겠나. 말이 안 됐다. 모 아니면 도. 일우가 마음속에 담아 뒀던 문장을 꺼냈다.
“당신 형이랑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민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