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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은 블루 1

더 짙은 블루 1

사이새 (지은이)
시크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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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은 블루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더 짙은 블루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79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1-11-12

책 소개

종합광고대행사《인사이트》. 직장 내 추문을 견디던 기획 1팀 팀장 정이수는 기획 2팀 팀장 이시훈과 좋은 동료로 지내고자 했다. 회식 날 자신의 소문에 시훈이 툭, 말을 보태기 전까지는. 사소한 오해들이 두 사람의 간극을 벌려 나갈 때, 이수를 불쑥 잡아당긴 건 시훈의 친절이다.

목차

Part 1. Anchoring
Part 2. 오리 토끼
Part 3. Affordance

저자소개

사이새 (지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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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정이수는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자존심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을 그는 생각보다 담담해 보였다. 창문 틈으로 밀려온 바람에 정이수의 앞머리가 흐트러졌다. 그 모습을 흘깃 바라본 시훈이 창을 올리고 에어컨 버튼을 누르자 과거 어느 때처럼 묘한 정적이 흘렀다.
바람 한 점 없는 시원한 공기에 뜨거운 몸이 차차 식어 갈 때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정이수가 느릿하게 운을 뗐다.
“…이 팀장님. 제가 생각해 봤는데,”
차들이 빼곡한 금요일 밤이었다. 차가 신호를 받고 정차했을 때, 소란스러운 불빛과 다르게 차 안은 더없이 조용했다. 마른침을 삼킨 이수가 엷은 웃음 뒤로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이 팀장님은, 좀… 함부로 친절하신 것 같아요.”
대충 얽어 놓은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 어색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불쑥 꺼낸 지금 상황도. 아마도 술에 취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한쪽 팔을 창에 기댄 시훈이 습관처럼 핸들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춘 것도 그래서였다. 뭔가 어색해서.
“…….”
말을 한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섣불리 대화를 이을 수 없는 침묵이 길어질 때쯤,
“말이 좀, 이상했죠?”
이수가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농치는 목소리가 손바닥 뒤집듯 쾌활했다. 그러고는 피곤을 이기지 못한 눈을 나른하게 감았다 뜨며 혼잣말처럼 힘없이 읊조렸다.
“솔직히, 기분은 나쁜데… 꼬박꼬박 데려다줘… 성희롱이라고 화내질 않나… 츤, 츤. 츤. 아닌가….”
뭉그러진 말끝에는 분명 취기가 묻어 있었다.
“근데… 그러지 마세요. 제가 애정이 고픈 사람이라 막 오해하고 그래요.”
유진우 본부장과도 그렇게 시작됐을까. 예기치 않은 다정에 기대다 지금처럼 장난스럽게 애정을 갈구했을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런 쪽은 본인 취향이 아니지만.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고 차선을 바꿔 달리자 핸들을 움켜쥔 손에 힘이 풀렸다. 이수의 술주정을 듣고 있던 시훈이 입을 열었다.
“…하긴, 남자든 여자든, 농담으로 하기에 귀여울 나이는 지나긴 했죠.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다들 저보고 인물값 한다던데… 아, 남자라서 싫으시려나.”
정이수가 웃음을 흘렸다. 몇 분 전, 어색한 침묵 뒤로 정이수는 취기 묻은 시답지 않은 말들을 남발했고, 그것이 후루룩 바람에 날리도록 멋대로 두었다. 서먹한 분위기를 털어 보고 싶은 부질없는 노력이었다. 그걸 미처 알아채지 못한 시훈의 침묵은 이수에게 단 하나의 빌미도 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흔들리는 일 없이 이수의 돌발적인 고백에 의미 따윈 두지 않겠다고. 다만 모난 시훈의 태도에도 이수에게서 불쾌한 기색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차가 법원사거리를 지나고 정이수가 신호등 앞에서 내리겠다고 한다. 2차선으로 진입해 속도를 늦춘 시훈이 창문을 열었다. 참고 있었는지 깊은숨을 내쉰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이내 불을 붙였다.
“연애 안 해 봤어요?”
“…설마요.”
그 말을 뒤로 차가 멈췄다. 정이수의 표정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연초를 쥔 손으로 눈썹께를 쓸어 내며 시훈이 한숨처럼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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