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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2257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8-10-01
책 소개
목차
수상한 남자
조선말 쓰면 안 된다고?
재수 옴 붙은 날
그깟 천황 폐하가 뭐라고!
비밀 작전
마음에 든 피멍
발각
땅따먹기 한판
쪼끄만 게 독립운동을 해?
불타 버린 우리말
설마 아버지가?
거적때기에 싸인 남자
마지막 편지
다시 시작된 비밀 작전
이름 모를 수많은 별회
작가의 말
《독립신문을 읽는 아이들》 제대로 읽기
리뷰
책속에서
수상한 남자
한솔이는 아버지한테 불만이 아주 많다. 엄마 혼자 뼈 빠지게 삯바느질을 해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고 사는데 아버지는 몇 날 며칠 코빼기도 안 비치는 데다, 집 앞에는 맨날 수상한 아저씨가 얼쩡거리기 때문이다.
아버지 때문에 정말 못 살겠다. 아버지는 집안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수두룩하다. 맨날 책이나 보고, 폼만 잔뜩 잡고, 이상한 사람들이랑 어울려 다닌다. 그러다 얼마 전에 감옥살이까지 하고 나왔다. 엄마는 뭔가 오해가 있어 아버지가 잠깐 감옥에 갔다 온 거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죄 없는 사람이 잡혀갔을 리 없었다.
‘아버지가 또 붙잡혀 가면 어쩌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아래로 풍덩 빠질 것 같았다.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 뒤로 그런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갔다.
“엄마가 그렇게 무르니까 아버지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나는 세숫대야를 발로 뻥 차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불안한 마음을 괜히 엄마한테 풀었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조선말 쓰면 안 된다고?
새 학년을 맞아 절친 만식이와 장난을 치며 교실에 들어서다가, 한솔이는 앞으로 조선어 수업이 없어지고 일본어 수업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것도 모자라 일상생활에서도 조선말을 쓰면 안 된다나? 배워도 배워도 일본어가 늘지 않는 한솔이는 깊은 시름에 잠긴다. 그때 마침 순사 아들 강석태가 시끄럽다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욱해 버린 나머지, 입씨름을 벌이다 주먹질을 하고 만다.
“조용히 좀 해! 시끄러워서 책을 볼 수 없잖아.”
교실에 들어서니 강석태가 인상을 팍 쓰며 교탁 앞에 나와 소리치고 있었다. 공부 시간도 아닌데 마음 놓고 떠들지도 못하게 하다니. 자기가 무슨 대장이라도 된 양 설치는 꼴이 아니꼬웠다. 교실 뒤쪽에서 장난치던 아이들 서넛이 강석태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힘이 없으니까 힘센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조금 전 만식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슴속에서 뭔가가 불쑥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쳇, 아버지가 순사라고 더럽게 거들먹거리네. 그래 봤자 일본 순사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면서 사람들 괴롭…….”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강석태였다. 녀석은 씩씩대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앞에 서 있었다. 코에서 뭔가 뜨끈한 것이 흘러내렸다.
“에잇, 피잖아!”
참을 수 없었다. 나도 강석태에게 주먹을 날렸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강석태가 그대로 교실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싸움을 뜯어 말렸다. 만식이도 얼른 다가와 내 팔을 잡았다. 만식이 팔을 뿌리치고 강석태 배 위에 올라타 또 한 번 힘껏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강석태가 바로 내 멱살을 꽉 틀어잡더니 금세 나를 바닥에 눕혔다. 강석태는 내 목을 누르며 주먹을 머리 위로 홱 쳐들었다.
그때, ‘애애애애앵!’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