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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통일/북한관계 > 북한학 일반
· ISBN : 9791157061600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9-05-27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제1장┃잊힌 도시의 꿈
제2장┃‘세계 최악의 나라’
제3장┃북한식 리얼리즘(Norkorealism)
제4장┃우리 그리고 그들
제5장┃잔혹한 전시
제6장┃승리의 날
제7장┃우정의 집
제8장┃병풍
제9장┃화해
에필로그
감사의 말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평양에서 보낸 한 달 동안 나는 지구를 가로질러 오는 먼 여정의 횟수와 상관없이, 특권을 지닌 미국인이라는 이질성은 너무 특이해서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질성은 내가 여행하는 세계와 나 자신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로서 나는 거의 모든 것을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글쓰기는 나를 유령 같은 존재, 또는 중재 장치로 만든다. 이제 진정한 이해를 가로막는 것은 그 거리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곳에 가는 것까지는 쉬웠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곳에 있기 위해서, 즉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 안에 인위적으로 그어진 ‘우리’와 ‘그들’을 분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해체해야 한다.
오늘날 소련 리얼리즘 건축 애호가들은 평양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과도하게 넓은 대로를 따라 늘어선 획일적인 회색 조립식 아파트 건물이 짜깁기된 스탈린주의자 도시의 전형인 영혼 없는 콘크리트 숲을 기대한 사람들의 눈앞에 연한 파스텔색의 직사각형들이 다채롭게 배열된 모습이 펼쳐진다.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연복숭아색, 청록색, 연보라색, 자주색, 금빛 호박색, 카나리아색, 황토색, 민트색으로 물든 세련되고 절제된 건물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흑백사진으로 찍어놓으면 도시는 여전히 동베를린과 닮은 부분이 있다. 페인트 한 겹이 내는 효과가 놀라울 따름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밤놀이 문화가 거의 없는 도시에서 외교단회관은 술에 취해 방탕하게 놀기에 제격인 곳이다. 지난번에 여행 왔을 때는 1980년대에 오스트리아 빈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으로 해외에 살다 온 중년 여성 안내원이 우리가 있던 노래방의 문이 단단히 잠긴 것을 확인하자마자 뛰어나가 〈댄싱퀸〉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내내 그녀는 자신이 아바(ABBA)의 전곡을 훤히 꿰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 놀라웠던 일은 그녀가 담배를 여러 대 피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