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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71311637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5-07-08
책 소개
헤게모니 선점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꿨던 치열한 사색을 집대성한 책!
그람시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문화적 헤게모니 선점’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선점이란, 민주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전선에서의 싸움을 통해 점차 민중의 마음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 변혁은 폭력적인 갑작스러운 혁명보다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이데올로기적 전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노동계급이 의식을 변화시키고, 문화적, 정치적 차원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상류층이 구축한 헤게모니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는 대중 문학에 주목했다. 위계를 적용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대중 문학을 일구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식인은 학문과 계급, 이론에서 전통적이고 수구적인 태도를 버리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이른바 유기적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인은 대중의 길잡이로 거듭나되, 대중을 어떤 정해진 목표로 끌고 가지 말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나란히 걷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무엇보다 대중이 사회의 중추를 이룬다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진보적이고 선구적인 생각을 가졌다. 대중은 역사의 능동적 추진력이기에 대중의 발전은 곧 사회 진보의 척도를 나타낸다. 그런데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대중이 이탈리아의 역사에서 한 번도 헤게모니를 쥔 적이 없었다는 그람시의 자각은 우리의 주의를 끈다. 그람시는 그 원인을 무엇보다 이탈리아 지식인의 철저하지 못한 반성과 게으른 실천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하다. 현대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의 발달로 범람하는 정보가 우리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시선을 비뚤어지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지식인은 대중 문학이 의식과 정서를 공유하고 실천의 장이라는 선언 아래에서, 집단 무의식과 시대 정신을 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람시가 강조하는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이다. 작가, 예술가, 문화 담당자 등의 지식인들은 대중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끊임없이 새길 필요가 있다.
그람시가 꿈꾸었던 ‘새로운 문화’는 현대에도 여전히 새롭다. 그가 문화의 생산보다 수용에 눈을 돌렸듯, 그람시를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을 살필 때 그의 생각과 글은 여전히 더욱 유효해진다. 끝없는 재해석과 재구성, 의미의 재생산 과정 속에서 그람시의 언어를 곱씹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문화의 건설’이라는 그람시의 비전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박상진 7
제1장 문제 17
제2장 새로운 예술 43
제3장 대중의 개념 111
제4장 대중 문학 147
제5장 대중 문화 183
해제 - 대중 문학의 열린 지평|박상진 223
주 259
더 읽어야 할 자료 277
옮긴이에 대하여 280
책속에서
실로 그람시의 글이 지닌 힘은 당면한 역사적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치열하게 사색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분석과 통찰의 파장은 실로 넓고 멀리 뻗어나간다. 정치와 사회 현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고독한 고뇌의 산물이기에 더욱 깊고 강한 울림을 지닌다. 이 번역서가 그람시 언어와 사고의 진수를 한국 독자들에게 잘 옮겼기를 기대한다.
-들어가는 말
이탈리아 국가 건설기에 나타난 여러 문제 속에 협조와 종속의 그물이 존재한다는 의식이 지식인 계층과 지배 계급에 게는 없었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들을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의 몸통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그때그때의 관심사에 따라 시대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개별 논점을 끄집어냈고, 그마저도 뭐가 문제인지 명확하게 표명한 적이 없었으며, 문제를 천착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논의는 추상화된 형태의 문화와 지성이 되어버렸고, 역사적 전망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일관된 정치사회적 해결방식을 조망할 여지도 없었다.
-제1장 문제
정확히 하자면, (직접적 의미에서) ‘새로운 예술’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위한 투쟁을 말해야 한다. 예술의 새로운 내용을 위해 투쟁한다고 해도 안 된다. 예술의 새로운 내용은 형식과 분리해서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예술을 위한 투쟁이란 새로운 개별 예술가를 만드는 투쟁을 의미할 법도 하겠지만, 불가능한 얘기다. 예술가는 인위적으로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문화를 위한 투쟁, 새로운 도덕적 삶을 위한 투쟁을 말해야 한다. 삶에 대한 새로운 직관이자 현실을 보고 느끼는 새로운 형식을 위한 투쟁, ‘가능성 있는 예술가 및 예술 작품들’과 밀접하게 결합된 세상을 위한 투쟁이다.
-제2장 새로운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