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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404940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6-04-01
책 소개
목차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초과가 소설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동안, 정작 치명타를 입은 건 세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유행병이 기승이었다. 곳곳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임시 휴업이나 폐업을 결정한 상점들이 늘어갔다. 극동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에서만 발병한 이 감기는 Far East influenza virus, 페인플루라 불리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치사율이 높아서는 아니었다. 페인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 또한 없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재발하는 탓에 가족이 여럿인 집은 마치 돌림노래 부르듯 끊임없이 페인플루를 앓고 또 앓아야 했다.
“저기 큰길에 전경 버스가 두 대나 있어. 어머, 야, 저이들 곤봉으로 사람 대가리 후려치는 거 아니야?”
초과가 손갓을 만들어 쓰고 숙영의 옆에 섰다. 엄마의 말대로 중무장한 전경 여남은 명이 중년 남자 한 명을 에워싼 채 곤봉을 휘두르고 있었다.
“저게 무슨 일이야?”
“나도 잘 몰라. 아까 잠이 덧들어서 YTN을 틀었는데 어제 기온이 35도 넘어서면서부터 심각한 페인플루 후유증이 발생했대. 당장 오늘부터 집 밖에 나오지 말란다. 외출했던 가족이 찾아와도 절대 문을 열어 주면 안 된다고 하더라.”
곤봉에 두들겨 맞은 중년 남자는 취객처럼 휘청거리다 느릿느릿 차도로 도망쳤다. 달려오던 덤프트럭 한 대가 중년 남자를 치고 요란한 굉음과 함께 급정거했다. 고무 탄내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공중으로 붕 떴다 고꾸라진 중년 남자의 두부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도로를 적셨다.
초과가 눈을 돌려 집 앞을 내려다봤다. 초저녁부터 뒤엉켜 있던 두 노인은 여전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좌빨 좀비를 척결하자”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달라진 게 있다면, 최 집사의 러닝셔츠가 붉게 물들었다는 정도. 주찬 할아버지의 입에서 피 묻은 살점 한 조각이 툭 떨어졌다.
“엄마, 현관문 잘 잠겼나 확인해.”
초과가 황급히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내렸다.
“왜 그래, 무섭게.”
초과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현관으로 뛰어가는 숙영에게 차마 주찬 할아버지가 최 집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단 말은 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