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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7413973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4-01-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우상이 무너지던 날
2. 교실 안 녹색 광장
3.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4. 계엄군 앞으로 지나가던 택시
5. 인간 사냥꾼
6. 귀신에게 홀린 호동이 작은아버지
7. 이 세상 최고의 가장행렬
8. 수건을 쓰고 싶다
9. 죽음에 대한 기억
10. 시민군과 담배 피우는 어머니
11.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도시
12. 극락강 검문소
13. 묻고 싶다
14. 나무 심는 아이
15. 삐꾸 씨에게 보내는 사연
16. 어린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 시내에서는 재수 없으면 죽는 거야. 계엄군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어떻게 알아? 계엄군은 인간 사냥꾼들이야. 다 미쳤어. 이게 뭐야? 전쟁도 아니고,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저렇게 죽여도……. 아, 개새끼들!”
민수는 진이 빠질 정도로 토악질하고 나서야 무채가 내뱉는 말의 여백을 되새김질하였다. 전쟁도 아니고,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저렇게 죽여도, 뉴스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아, 답답하다. 모르겠다.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
“군인들이 그 아이들한테 총질한 것이 맞다면…… 아이고, 내가 그냥 차를 멈추지 말고 가 버렸어야 하는디, 내 잘못여! 아이고오, 내 잘못이여!”
호동이 작은아버지는 한동안 당신 무릎 틈에다 얼굴을 처박고 끄억끄억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무겁던지 자꾸만 민수 가슴으로 내려앉았다.
어른이 우는 것을 보면 더 슬프다. 왜 그럴까. 어른이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울어서는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작은아버지는 지금 스스로 어른이란 경계를 벗어난 상태일지도 모른다.
민수가 방으로 들어오자 호동이가 혼잣말에 가깝게 물었다. “진짜 군인들이 아이들을 쏘았을까?”
민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총에 맞으면 어떨까. 아플까. 그 도토리만 한 것들이 아직 살이 무른 아이들 몸으로 들어갔다면, 그대로 뚫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그냥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아무런 상처도 없었으면 좋겠다. 민수는 그런 상상을 하려고 애를 썼다.
“형, 저기 봐!”
고속버스가 오고 있다.
민수는 눈을 문질렀다. 이거야말로 꿈이야!
점점 가까워지는 고속버스에서 엄청난 메아리가 터져 나왔다. 차에 탄 사람들이 깨진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고, 저마다 몽둥이로 차체를 두들기면서 노래를 부른다.
“계엄군은 물러가라, 좋다, 좋다! 계엄군은 물러가라, 좋다, 좋다!”
봐도 봐도 낯설고 희한한 광경이다. 민수는 다른 세상에서 온 아이처럼 두리번거렸다. 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고속버스가 시위대를 싣고 오다니! 고속버스가 저렇게도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순한 새색시가 여전사로 변해 버리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