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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764761
· 쪽수 : 214쪽
책 소개
목차
004 머리말
1부 ┃ 짧은 소설
012 킬리만자로의 눈
018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
024 아버지의 퇴비론論
030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035 얼굴 마음
041 무언가無言歌
047 일수불퇴 낙장불입
053 가슴 뛰는 일을 하라
059 눈으로 말하기
065 경찰서 가는 술
071 역설을 찾아서
077 새벽 산행
083 일탈의 궤도
089 통하지 않으면 썩는다
095 우리 몸의 중심
101 길들여진 눈망울은 슬프다
107 티토노스의 꿈
113 아궁이와 굴뚝
119 보배야, 거기도 꽃이 피었니?
124 나는 네가 아니다
130 날개의 흔적
135 불면이 부르는 소리
141 쓰다 만 편지
2부 ┃ 단편 소설
148 두 겹의 말
170 호리병 속의 땅
196 아버지의 기침 소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네가 아니다
“네가 정말 나였을까?”
그는 군살 하나 없는 늘씬한 몸매에게 물었다.
“아무렴, 너였고말고.”
오랜 세월 책갈피 속에 갇혀 있던 사내가 바짝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본 듯한 얼굴이 하도 낯설어서……”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언제 저런 때가 있었나 싶었다.
“낯설긴 나도 마찬가지야. 그동안 너는 나를 책갈피에 가둬놓고 남산만한 배불뚝이가 되었구나.”
“미안해. 너무 오래 챙기지 못해서……”
그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묵은 책을 정리하다 대충 넘겨보는 책갈피 속에서 불거져 나온 사내는 허여멀건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그때 그의 몸무게는 75kg이었다. 허리가 휠 만큼 보대낄 때도, 늘어지게 먹고 자고 게으름을 피워도 늘 그 몸무게였다. 젊은 날의 몸무게치고 좀 그렇다 여길지 몰라도 학창시절 그는 언제나 맨 뒤에 줄을 섰다.
그런 그가 세월의 더께 같은 나잇살이 찌고 뱃살이 엉긴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책방을 차린 뒤부터였다. 늦게까지 좁은 공간에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꼼짝없이 운동량이 줄고 때를 놓친 허기로 과식하기 일쑤였다. 가끔가다 밤늦게 마시는 술자리도 그의 과체중을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