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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782468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 장수잠자리
2. 은미엄마
3. 역사歷史의 감옥監獄
4. 비창悲愴
5. 상명喪鳴의 세월
6. 그리운 악마
7. 동행
8. 약속
9. 유전인자遺傳因子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뜨기 바쁘게 리모컨을 찾아 티브이 쪽을 향해 스위치를 눌렀다. 창문 너머의 사위는 아직 먹빛이다. 눈길이 창문 밖으로 향하는 사이 티브이 뉴스가 내 고막을 후볐다.
“아베 신조 수상은…….”
뉴스의 첫음절에서부터 나는 벨이 뒤틀렸다. 주변국에 저지른 제 조상들의 침략사의 일부인 태평양전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것에 대해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는 뉴스의 일면을 시청하면서 나는 아베 신조의 진정한 속내를 이미 오래전에 가감 없이 읽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하여서 요즘 들어 빈번하게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는 한일관계를, 아니 아베 신조의 언행을 듣고 보면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그의 악랄한 DNA를 생각하면서 나는 얼마간의 시간을 분노에 할애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잠자리를 걷어내며 새벽부터 주먹에 힘을 주입하고 있었다.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아베 신조의 그 한마디는 내 속내의 뒤틀림을 풀어낼 방법을 나 스스로 찾아내게 했다.
“개만도 못한 놈! 언젠가는 천벌을 받지.”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분노를 못 이겨 내뱉은 혼잣소리에 아내가 잠꼬대 같은 말을 뱉고 있었다.
“깼어?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은 그렇게 뱉었지만, 나의 속내는 순식간에 용광로 같은 분노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밤, 늦게 잠이 든 터라 눈꺼풀의 무게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는 누워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때 아니게 일어나 커피포트를 찾아 물을 붓고 스위치를 누른 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새벽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아베 신조로 인해 들끓는 내 속내를 아내는 방치하고 있었다. 남편의 다른 일들에는 작은 것에도 반응을 보이는, 아내로서의 위치에서 크게 비켜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내 입에서 아베 신조를 전제하는 한 아내도 말참견을 피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