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360269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6-08-18
책 소개
목차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아까 진철이 형 엄마 왔는데, 누나더러 동네 깡패 새끼래. 누나가 진철이 형 코피 터트렸다면서.”
코피는 나도 났다. 뺨도 맞고 가슴도 걷어차였다. 지금도 그 자리가 욱신욱신 쑤신다. 치사한 자식, 창피한 줄도 모르는 머저리, 맞은 게 뭐 자랑이라고 엄마한테 이를까.
먼저 시비를 건 쪽은 박진철이었다. 일부러 내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치마가 올라가는 바람에 아이들이 구멍 난 내 팬티를 보았다. 팬티에 구멍이 난 건 나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로 입지 않았을 거다. 떠들썩한 웃음과 놀림을 한 번에 잠재우려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박진철을 흠씬 패 주는 수밖에 없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들킬 줄 알았다면 끝장을 보는 건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저는 서경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노란 원피스 이름이 나랑 같은 경서란다. 반 아이들이 키득대며 나를 흘끔거렸지만, 나는 그 애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리 반에 경서가 두 명이기는 하지만, 한 명이 워낙 특별해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구나.”
담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담임은 나를 ‘강경서’나 ‘경서야’라고 부르지 않았다. ‘야!’ 또는 ‘너!’, 그것도 아니면 ‘이 자식!’이나 ‘이 새끼!’라고 부른다. 그러니 헷갈릴 턱이 없다.
“경서는 저기 진철이 옆에 앉아라.”
담임이 ‘경서’라는 이름을 저렇게 상냥하게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처음 알았다.
“참, 아깐 왜 교탁 뒤에서 옷 갈아입었어? 넌 가슴이 작아서 브래지어 안 했잖아. 혹시 한 거야?”
등에 손을 댔을 뿐인데, 경서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피했다. 그러고는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이라도 한 듯 무섭게 째려보았다.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 그건 정말 무례한 짓이야. 너처럼 이것저것 참견하는 애는 딱 질색이야!”
경서는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고는 획 돌아서서 혼자 가 버렸다.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들은 게 정말 경서가 한 말인지, 내가 잘못 들은 건지 헷갈렸다. -69~70쪽
경서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까맣게 잊은 것처럼 방바닥만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 있기도 어색해 방을 나가려고 할 때다. 헐거운 폴라티 사이로 드러난 경서의 뒷덜미가 온통 보랏빛이었다. 문으로 가려던 발걸음이 절로 멈추었다. 처음에는 속옷인 줄 알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들여다보았더니, 전에 팔뚝에서 보았던 것 같은 피멍이었다.
“너 여기 왜 그래?”
지난번보다 멍이 더 짙은 게 손만 갖다 대도 욱신욱신 아플 것 같았다.
“뭐가?”
경서는 당황한 듯 한 손을 뒷덜미에 갖다 댔다.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나는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물었다. 경서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