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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60696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9-11-10
목차
책머리에__005
강한남자 __009
블라인드__019
슬픈 사랑__027
빈손__035
작별__041
유월, 비__051
텔레비전 앞에서 우는 남자_059
헤어진 다음 날 __067
사랑나무__075
유배의 섬__083
꽃들의 전쟁__091
신혼일기__097
바비레따__105
사랑하기 좋은 나이__113
풀 서비스__123
너에게__131
얼음비__139
눈짓__153
결__159
참 좋은 계절__167
구절초__175
우기雨氣, 그때 그 사람__185
회상__193
응답하라 1984__201
매운탕__209
나팔꽃__217
봄날의 오수__225
풋사랑__231
어떤 사랑__237
고해__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에 익은 차 소리가 마당에서 멈췄다. 나는 튕기듯 몸을 일으켜 블라인드 비늘살 하나를 들어 올린다. 짐작대로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잔디 깎는 기계를 차에서 내리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센서처럼 자동으로 숫자가 헤아려진다. ‘하나, 둘, 셋, 넷. 타르르르…….’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자 남자는 성큼 정원으로 올라선다.
나는 보름에 한 번 이 남자를 만난다.
‘만나다’의 단어 뜻이 ‘마주 대하여 본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따진다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마주 대하여 본 적이 없다. 그는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수 있다. 왜냐면 그가 나타나면 나는 블라인드를 내려서 안을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낀 진한 선글라스와 집 안의 블라인드는 같은 도구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