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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607319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0-01-30
책 소개
목차
그 해 겨울 / 8
달리다굼 / 60
오산리의 봄 / 88
지루한 여름 / 124
[발문] / 200
한 작가의 새로운 경계
-강태근 장편소설 『잃은 사람들의 만찬』에 부쳐
김종회(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알의 만찬』 아니야, 이 제목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너무 생경해!’
강청(姜淸)은 교정본 원고에서 눈을 떼고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밖은 아직 한겨울이다. 연구실 북쪽 창문과 마주하고 있는 뒷산의 소나무들이 며칠 전에 내린 폭설을 뒤집어쓰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평년 기온 같으면 벌써 강추위가 물러설 때다. 그런데도 겨울은 이월의 끝에서 여한을 풀지 못한 원귀처럼 앙탈을 부리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바람까지 매섭다. 봄은 그 서슬에 동(冬)장군의 눈치를 살피며 연신 헛기침만 해대고 있다.
강청은 다시 인터넷에서 발췌한 ‘바알’에 대한 주석을 살핀다.
바알(Baal)은 주(主)라는 뜻이며 농업공동체였던 고대 가나안인들이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 숭배하던 풍요와 폭풍우의 남성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최고의 신인 엘(El), 어머니는 바다의 신 아세라였다. 하지만 가나안의 특징 때문에 엘보다는 바알이 숭배되었다.
구약성서에서는 바알신앙과 야훼신앙이 경쟁관계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들(엘리아 예언자와 바알의 예언자들 간의 갈멜산에서의 내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야훼신앙은 목축국가에서, 바알신앙은 농경국가에서 숭배되었다는 점에서 농경문화권과 목축문화권의 대결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후 야훼 신앙과 대립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바알이 마왕이나 악마, 지옥의 군주 등 사악하고 타락한 존재로 묘사되어왔다.
강청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바알! 그가 바알인가, 내가 바알인가! 그의 관점에서 볼 때는 내가 바알이 아니었던가. 그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은 20여 년 동안 생존의 끈을 붙들고 처절하게 신음하지 않았는가.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분명한 것은, 그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고, 나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질곡의 세월을 소설로라도 해원(解寃)하지 않고서는 심화(心火)를 다스릴 수 없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닌가.
강청은 착잡한 심경으로 다시 교정본의 원고를 훑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