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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58770525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8-06-05
책 소개
목차
1부 이병주 소설 뜻깊고 재미있게 읽기
중편소설
역사관, 소설적 교훈과 재미의 추수 -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輓詞)」 • 김삼성
겨울밤, 황제는 무얼 회상했을까 - 「겨울밤」 • 손정란
다정과 다감이 흠이 되었노라 - 「세우지 않은 비명」 • 손정란
권력은 호화롭지만 비력비자(非力非資)는 비참하다 - 「예낭 풍물지」 • 이상임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 「소설・알렉산드리아」 • 이영훈
단편소설
법과 인간중심주의, 그 상관성 - 「철학적 살인」 • 김괴경
국화꽃, 그 소리 없는 아우성 - 「삐에로와 국화」 • 김신지
역사 속의 개인을 위하여 - 「변명」 • 백승남
우리 모두는 인생 제4막의 주인공 - 「제4막」 • 이승일
내 기억 속의 ‘불광동’과 소설 속의 ‘불로동’ - 「박사상회」 • 이영훈
내 뜰 안의 매화나무 - 「매화나무의 인과」 • 정정숙
쥘부채에 실린 메시지, 이병주가 말하는 사랑의 집념 - 「쥘부채」 • 홍온자
2부 이병주 소설 대중문학 코드로 읽기
대중문학의 수용성과 이병주 소설 • 김종회
이병주 문학에 나타난 세계시민주의의 양상 • 추선진
이병주 소설에 나타난 4・19의 문학적 전유 양상 -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 손혜숙
이병주 장편소설 『풍설(風雪)』의 대중문학적 의미 • 강은모
저자소개
책속에서
작가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문학관, 가치관, 인생관의 면면을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철저한 인본주의자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인간에 대한 깊고 따뜻한 감상,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솔직한 감회, 자신의 소신에 대한 꿋꿋한 자세, 옳고 그름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 이길 수 있지만 져줄 수도 있는 여유 등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다.
작가의 호는 나림(那林)이다. ‘어떤 숲’이라는 의미이다. 고고하게 우뚝 선 황제와는 대비되는, 이름도 가지지 않은 채 온갖 것들을 포근히 품은 숲 같은 ‘황제’가 아닐까.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내 마음에는 이병주 작가의 『지리산』을 찾아 떠나는 독서 여행에 대한 기대가 차오르고 있다.
「쥘부채」의 신명숙을 생각한다. 동식을 둘러싼 친구 A, B, C와 같은 당대의 젊은 지식인이 아닐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긴급조치 위반으로 무기징역형, 감형해서도 20년형이나 받을 정도의 사상과 신념이 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과 사상과는 별개로,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의 움직임에 따랐을 뿐이라면, 너무도 애석하다. 젊음을 감옥에서 보내고 쓰러져 간 집념은 연기로 사라져 몇천억 년을 작용해서 ‘강덕기 원소’와 ‘신명숙 원소’를 한 마리의 나비와 한 떨기의 꽃으로 결합하는 생면 전생의
기적을 나타낼 것이라는 대목에 머리가 아파왔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우리 주변은 물론 나 자신도 때로는 본인의 진실된 뜻과 달리, 전혀 엉뚱한 결과에 당혹하기도 하지만 이미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왕왕 보게 된다.
짧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식의 애인, 성녀 역시 한순간에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홀연히 자유롭게 사라지지만, 동식이가 결혼식장에 뛰어들 수 없는 아픈 상황도 결국, 성녀가 가진 부(富)의 힘이라는 것을 작가는 은연중 나타내고 있다.
소설의 주 무대인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바로 뒷산인 안산은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가까운 날 등산을 하게 되면, 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뀐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한 하계를 내려다보면서 신명숙의 사랑과 집념에 대한 생각으로 색다른 감회에 젖을 것 같다. 아울러 작가 이병주의 치열한 창작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이병주는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에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많이 읽히는 소설이 꼭 좋은 소설은 아니지만, 좋은 소설이 많이 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많은 대중적 수용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칭찬의 소재가 될 수 있을지언정 흠결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수용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그의 소설이 가진 탁발한 ‘재미’와 중량 있는 ‘교훈’에서 말미암았다. 특히 『관부연락선』·『지리산』·『산하』로 이어진 한국근대사 소재의 3부작을 비롯하여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이 영역에 있어서 제 몫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을 통한 역사 해석 또는 재해석은, ‘문학을 통해 정치적 토론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작가’라는 평가를 불러왔다. 이승만의 제1공화국, 박정희의 제3공화국을 비롯하여 역사상의 좌우 대립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균형감각을 갖고 서로 대립된 양측 모두를 함께 조명하는 판단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단순한 이야기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박학다식한 기량을 활용하여 설득력 있는 서사를 전개했다. 그래서 그를 두고 ‘문(文)·사(史)·철(哲)에 두루 능통한 거의 유일한 작가’라는 평판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작품의 수준과 그 운동 범주의 확장을 함께 가진 작가는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시대에서나 결코 흔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