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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58772925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22-04-1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Ⅰ. 총론
이병주 문학과 역사·사회의식 • 임헌영
반성과 성찰, 이병주 문학의 역사의식 -「소설・알렉산드리아」와 『관부연락선』을 중심으로 • 김종회
전통문화의 시각에서 본 이병주의 역사소설 • 김언종
니체, 도스토옙스키, 사마천 – 나림 이병주의 지적 스승들 • 안경환
이병주 문학의 시대성과 자장 • 박성천
한국 대중문학의 정점에 이른 이병주 소설 • 김종회
이병주의 독서와 스토리텔링의 상상력 • 박명숙
나림 이병주의 생애와 문학 • 안경환
Ⅱ. 작가 · 작품론
Ⅱ-1. 역사 소재의 장편소설 연구
이병주의 『지리산』 또는 체험과 허구의 상관성 • 김윤식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식 • 남송우
이병주 소설과 기억의 정치학 –『관부연락선』을 중심으로 • 손혜숙
이병주의 『관부연락선』과 진주의 사상 • 송희복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가 놓인 자리 – 제1권의 「서곡」을 중심으로 • 김윤식
불세출의 작가, 이병주 새롭게 읽기 –『낙엽』과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 김종회
이병주 문학에 나타난 4·19의 문학적 전유 양상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 손혜숙
운명 앞에 겸허했던 한 여인의 소망 –『그를 버린 女人』에 나타난 인간 박정희 • 임헌영
Ⅱ-2. 대중성을 가진 장편소설 연구
운명에 관한 한 개의 테마 – 이병주의 장편 『비창』을 중심으로 • 김윤식
‘원한’의 현실과 ‘정감’의 기록, 『행복어 사전』 • 정미진
풍속소설의 가능성과 한계 – 이병주의 『행복어사전』론 • 정영훈
이병주 문학의 낭만적 아이러니 : 『운명의 덫』 小考 • 임정연
생산지향성 인간상 혹은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랑 • 임헌영
최은희 납치사건을 그린 반(anti) 추리소설 –『미완의 극』의 ‘미완’은 무엇인가? • 이승하
시대와의 불화로 좌절한 사랑 • 김주성
무지개를 좇던 사나이, 그 폐허의 기록 • 손혜숙
Ⅱ- 3. 중·단편소설 연구
진실의 인간적 기록으로서의 소설 • 정미진
단죄의 표상과 나르시시즘 – 이병주 단편소설에 나타난 화자의 심리 • 임종욱
「소설·알렉산드리아」 속의 상징 읽기 • 은미희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존 한국 작가 중 보기 드문 온갖 체험을 쌓았으면서도 씨는 이런 기록자로서의 아웃사이더의 철학을 터득했기 때문에 엄청난 이야기들을 가까이할 수 있었고, 또한 그런 걸 다룰 만한 인간적 성숙과 깊이를 지닐 수 있었다. 이런 뜻에서 작가 이병주는 험난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분단민족사의 각박한 대결 속에서, 그리고 권력과 사회의 부침 속에서 몇몇 불행한 사건을 겪은 이후로는 이 난세를 가장 행복하게(?), 아니 가장 즐겁게 살아가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모든 역사적 비극이 씨에게는 소설적 자료로 보일 뿐이며, 이를 기록할 능력을 지닌 씨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 비극적 현장을 가장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렌즈를 알맞게 갖다대기 때문에 감히 접근해보지도 못한 작가에 비하여 행복하며, 그 비극에 의하여 희생되어간 사람들에 비하여 즐거울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 - 역사적 비극 속에서 작가가 즐거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과연 옳으냐는 문제는 여기서 논할 성질은 아니나, 이것은 이병주 문학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준다. 그는 승리자의 샴페인은 못 터뜨리나 누옥에서 소주가 아닌 맥주 정도는 마시는 행복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즉 씨가 체험자가 아니고 관찰자적 자세를 견지해왔다는 것은 곧 어떤 문제에 대해서나 초월적 자세(객관적 태도나 인식과는 다르다)를 취한 채 작품을 써왔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주인공들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더라도, 흑은 어떤 “어림도 없는 이야기”거나 민족사적 대과제일지라도, 씨는 그걸 혹은 냉소적으로, 혹은 인생론적으로, 또는 외면하듯이 그 쟁점을 차갑게 비판할 수 있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작가의 생애가 격동기의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작품세계가 파란만
장한 굴곡의 생애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곧 근대 이래 한국 역사의 현장을 탐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특히 그가 활달하게 개방된 상상력과 역동적인 이야기의 재미, 그리고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까닭으로 당대에 보기 드문 문학적 형상력을 집적한 작가로 평가되었다. 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소설을 쓰는 동안, 가장 많은 대중적 수용성을 보인 작가였다. 그런 연유로 당시에 그를 설명하는 작품의 안내 글에는 ‘우리 시대의 정신적 대부’라는 레토릭이 등장하기도 한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렇게 많은 독자를 이끌고 있던 이 작가도 마침내 한 시대가 축조한 기억의 언덕을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작가다. 그처럼 역사와 문학의 상관성을 도저한 문필로 확립해 놓은 경우를 발견할 수 없으며, 문학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지적 토론을 가능하게 한 경우를 만날 수 없기에 그렇다. 한국 문학에 좌익과 우익의 사상을 모두 망라한 작가, 더 나아가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탁발한 교양의 세계를 작품으로 수렴한 작가, 소설의 이야기가 작가의 박람강기(博覽强記)와 더불어 진진한 글 읽기의 재미를 발굴하는 작가가 바로 이병주다. 그의 문학에는 우리 삶의 일상에 육박하는 교훈이 잠복해 있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관점과 경륜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유력한 조력자로 기능한다. 때로는 그것이 어두운 먼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오게 하는 예인 등대의 불빛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