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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8885601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시작하는 이야기 - 7
1장 - 31
2장 - 52
3장 - 73
4장 - 93
5장 - 112
6장 - 139
7장 - 164
8장 - 196
9장 - 222
10장 - 250
11장 - 289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 31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서하가 꼭 내 손을 붙잡았다. 손에 느껴지는 악력이 마음까지 아프게 옥죄었다.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절대 울지 않겠다, 다짐했다. 서하에겐 우는 것조차 미안했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서하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원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얘기를 꺼냈는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너야. 최서하 바로 너.”
서하의 얼굴에 희미하게 안도의 빛이 스쳐 지났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뭐를?”
“걔가 널 죽이려 했다며.”
서하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맑은 갈색 눈동자가 수정처럼 반짝이고, 하얀 얼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서하의 창백한 시선이 다시금 창밖으로 돌아섰다.
“할 수만 있다면.”
“…….”
“나도 죽이고 싶어.”
나는 다만 두려웠다. 내가 점점 더 서하에게 빠져 들게 될까 봐. 나를 향해, 투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잊지 못할까 봐 벌써부터 무서웠다. 할 수만 있다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나를 옭아맨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었다. 서하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들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과, 달의 뒷면처럼 감추어진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자꾸만 내 등을 서하 곁으로 떠밀었다.
서하가 확 내 팔을 잡아끌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지고 코끝으로 벚꽃 향기가 강하게 풍겨 왔다. 내 몸을 감싸 안은 서하의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너랑 있으면…… 멈춰 버린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
서하의 한마디에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다. 멈춰 버린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힘겹게 내뱉은 그 애의 한마디가 자꾸만 가슴을 옥죄었다. 나는 품에서 벗어나 물끄러미 서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네 시간은 왜 멈춰 있는데.”
“나는.”
서하가 초조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힘들어하는 서하를 보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다그칠 수도, 애원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두려운 것인지도 몰랐다.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만약 그곳을 본다면 영원히 서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판도라의 상자를 앞에 둔 것 같았다. 불타는 소돔을 뒤돌아보려는 롯의 아내가 된 기분이었다. 서하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설 때마다 나는 결코 다가가지 못했다. 내가 다가간 거리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멀리 서하가 물러설 것 같아, 바보처럼 항상 그 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자신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한 곳에서 서하를 기다리는 일이 진정 서하를 위한 일인지 나는 자꾸만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