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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서상민 (지은이)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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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501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2-05-13

책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174권. 서상민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규격화된 정서나 통약 가능한 세계 인식 너머에 사물과 말의 참된 세계가 있으리라는 그의 믿음은 앞으로도 그를 계속 흔들거리는 자세로 서 있게 할 것이다.

목차

제1부

운동장의 표정•13/목자는 외출 중•14/둥근 삼각형•16/사과와 식탁•18/마술사의 탄생•20/나비잠•22/오해•24/눈먼 사진사•26/배에 관한 몇 가지 오해•28/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30/별들의 무덤•32/폐타이어•34/죽은 새•36/랜섬웨어•38/느낌들•40

제2부

당신의 행방•43/저울•44/수평잡기•46/새가 울다•48/바닥•50/한낮의 광장에는•52/마흔•54/철새•56/못•58/단풍 나뭇잎•60/오래된 책•62/붉은 꽃•64/실어(失語)•66/사람들•68

제3부

그녀라는 문명•71/혀의 방식•72/페이스북•74/오전 9시•76/토끼의 간•78/깨진 거울•80/시 요리•82/판테온•84/비포장도로•86/잠의 속도•87/낮, 숲•88/k의 공식•90/관계자 외 출입금지•92/들녘•94

제4부

풀 뿔•97/완성되지 못한 시•98/애월, 눈 내리는•100/아직 오지 않은 당신•102/툭툭•104/오줌을 누는 동안•106/그 후로 오랫동안•108/공부 안 하기•110/봄밤•112/모르는 사람•114/풀 뿔 2•116/신용카드•118/돈 벌 러 가•120/빗소리•122

해설 우대식(시인) • 123

저자소개

서상민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기 김포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2018년 《문예바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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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비가 내린다
어둠이 내리고
한 아이가 한 사내로 걸어가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이 자란다
바람이 분다
먼지가 인다
운동장은 깊어지는 것이군
공은 찰 때마다 골대를 빗겨간다
공을 찾으러 그가 걷는다
비가 내린다
어둠이 내리고
공을 잃어버린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빈 운동장에 남은 골대가 중얼거린다
이런 풍경을 어떤 슬픔이라고 부르긴 어렵고
슬픔은 구체적으로 얼굴을 가진 적 없다
비가 내린다
어둠이 내리고
이제 곧 운동장에도 어떤 표정이 생긴다
― 「운동장의 표정」 전문


당신의 일요일이 불안한 건
꽃이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꽃에는 별다른 뜻이 없고
향기는 맥주 한 캔을 따기에 적당합니다

애인이 유리컵에 꽂아놓은 꽃에는
뿌리가 없군요
벌써 물빛이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당신은 뿌리를 만드느라 지쳤군요

나른한 오후의 잠에는 책임이 없습니다
거울처럼 엉킨 비를 피해 방으로 들어온 나비가
말린 혀를 돌돌 뽑아
한나절 꽃을 빨고 있군요
당신의 요일들엔 다량의 진통제가 필요합니다

거리에선 공사가 한창입니다
인부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 보도블록이 깔리고
꽃무늬 거리 위로 사람들이 지나가는군요
뿌리 없이도 꽃은 쉽게 지지 않을 겁니다

잠들었군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양손을 치켜드느라
당신은 참 많은 최선을 소비했군요

만세와 항복의 자세는 늘 닮았습니다
― 「나비잠」 전문


길고 흰 손
그 손가락으로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흰 나비처럼
암막의 무대 위를 날아다니다
한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나비처럼
잘못 든 길에서 마주친
우연한 나비처럼

비상에는 이유가 없고
심장에는 향방이 없네

양들의 입술 위에 얹힌 나비처럼
믿고 싶은 거짓말처럼
검은 심장에 피가 도네
가면을 쓴 마술사의 눈을 피할 수 없네

눈이 내리네
눈썹 위에 내려앉은 나비가
주르륵 눈물로 흩어지네

단 하나의 주문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마술사처럼
거짓말을 믿기 위해
날개를 다친 나비처럼

공연이 끝나고
마술사가 떠나네
흰 박수 소리 등 뒤에 파닥이네
죽은 나비들이 테이블 위에 쌓이네
― 「검은 모자에서 꺼낸 희 나비처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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