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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52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2-07-14
책 소개
목차
제1부
아는 얘기•13/태양이 나뭇가지 위아래로 티눈처럼 솟아 있어 한번 웃고 차고로 뛰어갔다•14/로그인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16/마우스포인터•18/조촐한 회식•19/오늘의 백일홍•20/Bibbidi‐Bobbidi‐Boo•22/하품할 때마다•24/주머니 속 귤 두 개가 따뜻해지고 있다•26/청도•27/브런치•28/비단무늬 물뱀 입술 피어싱•30/장산행•32/나와 다른 옷의 태도•34
제2부
빌어먹을 다짐들•37/하얗게 된 사람들•38/델타크론•40/나도개피•42/밀푀유나베•43/모란은•44/거지덩굴•46/푸른 노루귀•48/본색•50/재건축•51/아이라인•52/시클라멘•54/파래•56/뒤로 더 많이•58/oil•60
제3부
크랙 위•63/10시 33분 38초•64/거울의 레트로•66/남남바람꽃•68/망•69/사과의 중심•70/양•72/살필 줄 알아야 해•74/운•75/물의 집•76/욕조에 누워•78/파 재래기•79/핑거라임•80/대답•82/일어서면 어지럽고 기대면 조금 달아오르는•83/삼월•84
제4부
으름꽃•87/접촉자•88/양지꽃•89/귤밭 옆 신축 빌라•90/R36•92/복도를 걷는 사람들•93/1511호•94/그와 만두•96/무궁•97/청도 2•98/소문•99/편도염•100/꿈•102/누구나 반할 색•103/자몽들•104
해설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 한 컵 돌고 그다음 빨간 글씨 쓰인 투명 컵에 술이 채워진다 사람 수만큼 젓가락이 놓였다 오늘 조금만 마실 거야 내일 너무 힘들면 안 되니까 세 칸 기본 안주 접시 놓이자마자 잔을 들었다 비워진다 내부 민원이 더 힘든 거 알지 우리 멤버가 지금 너무 좋으니까 그리 알고, 채워진다 틈틈이 바람 좀 쐬어가며 일해 계속 앉아 있는 게 몸에 안 좋은 거 알지, 벙벙하게 채워지고 못 들을 척 비워지고 어제 그 할머니 어떻게 됐어 양로원에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밥을 해 먹을 수 있지만 그게 안 될 때 가고 싶다고 혼자서 혼자로 살 수 없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요양원이에요 양로원에는 지금 가야 하고요 이야기하고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고 웃다가 한숨짓고 이야기하고 다른 걸 원하는 게 아니라고
― 「아는 얘기」 전문
한숨 자고 나온 그
두 뼘 커져 있다
보랏빛 입술 침 마를 때마다 등 곧추세웠는데
그때마다 투명색 구멍이 생겼다
잊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바벨을 달았다
산 채로 먹힌 자들이 지르는 비명
비단무늬 입술
자꾸만 커지고 있다
마당으로 나와
동백꽃 나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혼자 조금 외롭게 있으니 꽃이 보이는구나
백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세로로 일어났다 사선으로 앉기를
반복하는 매화노루발
쇄골이 삐져나온 어깨가 단단해지고 있다
― 「비단무늬 물뱀 입술 피어싱」 전문
오늘, 붙은 먼지인가 했는데 몸이 마르더니 떨어졌다
오늘, 그제서야 앉아서 보는데 흰 점의 등이 생겼다
오늘, 출근시간 환승역 승강장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 구멍에 구멍보다 조금 크게 그물망을 잘라 얹고 손가락 두 마디 높이로 흙을 깔고
오늘, 뿌리를 잘 세운 뒤 빈 공간에 흙을 채운다
오늘, 공기가 통하도록 너무 누르지 않는다
오늘,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떨어지면 훑어도 되는데
오늘, 절대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 「빌어먹을 다짐들」 전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두터운 검은 외투 골라 입고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 집 나선다
지하철역 아이들 신발 골목이 들썩인다
새들이 구름을 메고 먼 산 넘어가고 있다
제멋대로 부푼 보도블록 속력을 낸다
어제는 IPA 맥주를 마시다 소파에 쓰러져 한겨울 아무도 없는 숲속을 헤매며 우는 꿈을 꾸었다
번뜩이는 눈이 박힌 머리 하나 점프하여 내 손을 물어 달려드는 그를 온몸으로 떨쳤는데 또 엉겨 붙어 이층으로 도망가며 소리쳤다
나 아닌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 고양이를 어루만졌다
해가 지면서 노란 커튼은 세로로 물들었다
그들은 사라졌는데 수백 개 부드러운 꼬리가 봉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상하게 바닥에 쌓이는 것은 없었다
국밥을 말아 먹고 왔다는 검은 옷들이 저녁의 안부를 묻고는 대강 사라졌다
모니터를 보는데 머리가 메스꺼워 책상에 쓰러지다 코뼈가 부러졌다
돼지 뼈 국물에 불은 모란 꽃잎 회색 벽에 달라붙어 부글거렸다
귀에서 피가 흘러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흰자위가 전부인 일몰의 꼬리 끝에 꼬리가 매달린 발톱이 목을 할퀴었다
갈라진 목에서 파란 꽃잎으로 나체를 두르고 있는 그가 튀어 나왔다
― 「델타크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