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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96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5-31
책 소개
목차
제1부
잡놈 13/낙과 14/그래도 일요일 16/사바나 18/달력의 뒤편 20/증발 22/혹한의 숲 24/어깨춤이 필요해 25/어린 기억들 26/한 번쯤 먼 거리에서 28/짐승 30/교차로 32/까무룩한 시간 34/반란을 읽다 36/나의 언어 38
제2부
동어반복 41/에스프레소 42/디오니소스 44/빗방울 연주회 45/에필로그 46/부부싸움 48/외로움을 훔치다 50/귀뚜라미 51/불면 52/검색 54/다짐 56/행려(行旅) 57/문득 58/누구의 몫일까 60/밥의 시 62
제3부
새우잠 65/나는 아직 백매 66/낮달 68/늦꽃 69/일몰 70/물의 보법 72/가을을 수선하다 74/겨울 화가 75/수밭골 76/달맞이꽃 78/가을 반경 80/푹신한 모성 81/신춘을 읽다 82/오사카 84
제4부
뜨거운 손 87/피고 지고 88/윤슬을 꼭 닮은 밤입니다 90/부부의 밥상 92/사막 93/쓸쓸한 마을 94/보이지 않는 유산 97/풀벌레 우는 밤 100/빈집에서 울다 102/느티나무 나이테 103/화가는 봄 속에 꽃을 숨겨놓는다 104/시현이네 집 106/비, 벼랑을 두려워 않는 108/율려(律呂) 110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11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닌
로맨티스트도, 사회주의자도, 허무주의자도, 무골호인도, 외톨박이도, 불한당도, 한량도, 낭인도, 걸인도, 나그네도, 오입쟁이도, 난봉꾼도, 술주정뱅이도, 약장수도, 만담꾼도, 수행자도, 혁명가도, 몽상가도, 사회운동가도, 영웅도, 호걸도, 폐인도, 조폭도, 건달도, 백수도, 예술가도 아닌
마냥 기다린다, 그냥 기다린다, 너무 외로워 혼자 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산다
— 「잡놈」 전문
누군가
시월을 진실이라고 했고 십일월을 거짓이라 했다
목을 매달아도 죽지 않던 새 한 마리 잿빛으로 날아가고
어딜까
바람을 비껴가는 망상
수평으로 누웠던 시간은 기약 없이 출렁였고
달을 찢을 때마다 한숨은 착지점 없이 나부꼈다
붉다 못해 검어진 사과
한입 깨물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민낯
낱장으로 흩어지고서야 한 해가 먼지인 걸 알았다
발뒤꿈치 들고 매달리면 돋아 오를
첫, 이라는 끝
열두 달을 다 바쳐도 다시는 틔우지 못할
나의 계절
— 「달력의 뒤편」 전문
몸 안 향기를 다스리는 데는
몸 밖 향기만 한 게 없다
풋풋한 향기를 발효의 향기로 눌러 줄 때
무쇠 주전자는 낮은 음성을 들려주었다
몸 안이 끓고 있다고 해서
몸 밖까지 끓고 있다는 것이 아닌 듯
바닥이 뜨거워진 주전자는
수증기를 공중으로 밀어 올려
공중으로 가는 길을 뜨겁게 연다
지하로 흐르던 물이 지표로 처음 솟구칠 때
그 은밀하고 그윽하던 몸체가
뜨거움도 차가움도 잊은 채 허공에서 끓고 있다
대접이라는 그대 귀 안쪽에
흠씬 향기로 적셔줄 몸 안 향기에서
여인의 치맛자락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도
함부로 원탁을 흔들 수는 없는 일
찻잔보다 먼저 입술이 뜨거워질 때
차는 알맞은 온도가 된다
둥지에 든 새를 한밤중에 맨손으로 꺼내듯
온몸에 찌르르 번지는 전율
젖꽃판도 덩달아 따듯해지고
— 「증발」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