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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041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8-14
책 소개
목차
제1부
반달 13/어떤 혐의 14/고백 16/말벌들 17/갈겨니 18/붓 20/씨앗 21/여우가 산다 22/왕피천에서 24/설련화 25/기러기 26/입춘 28/오십천 29/억새 30/아버지 32
제2부
전언(傳言) 35/편지 36/저녁 강구 38/4월 편지 39/디셈버 40/창포 바다 42/첫눈 43/무섬 외나무다리 44/모과꽃 1 46/모과꽃 2 47/아랑 48/낙화 50/숟가락 51/그 바다에 꽃이 핀다 52/해국 54
제3부
별 하나 57/뚜껑 58/아버지의 시간 60/천변에서 62/먼 산이 되어 63/바람의 문 64/가을 마당을 쓸며 66/풍경 68/통증 69/무서운 비 70/충치 72/별안간 73/복사꽃등 밝은데 74/하얀 수선화 76/별리 78
제4부
그들만의 리그 81/섬진강 82/장육사 84/간월암 86/카페에서 87/하구에서 88/서풍 90/길 92/송천리 호두 93/정취암 가는 길 94/이견대(利見臺)에서 96/우포 97/허준 98/한탄강에 내리는 별빛 한 채 100/독경 소리 102
해설 김만수(시인)/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장통이 심했던 날은 낮에도 흐르지 않는 반달이 감나무 우듬지에 걸리곤 했다
흔들림 없이 둘레를 키우고 몸을 열어 빛을 모으는 달의 기척을 모른 체하며 신발 끌며 먼 길을 건너왔다
달이 도톰하게 차오르는 밤이 오면 제 그림자에 놀라 조금씩 몸을 비우는 박달대게 떼들의 물 치는 소리와 울산 바다로 내려가는 밍크고래 떼의 거친 숨소리가 자욱했다
눈물이며 기다림의 소매를 비끌어 맨 아픈 자국이 반달에는 얼룩져 있다
— 「반달」 전문
오래 잡지 못하고 버렸다
버려진 것들에는
버려진 빛들이 감겨오는 것인데
열렸던 통로를 닫고 눈을 감는다
펄럭이는 소매를 다시 접고
홍매화도 목련도 피워올리지 못하고
버렸다
가닿을 수 없는
젖은 바람을 몰고 돌아와야 하는
거기
아득한
누가 바람 속에서 거칠게
붓질을 하고 있다
— 「붓―사랑」 전문
종종걸음으로 가슴을 건너간
애잔한 물총새 발자국이었을까
평생 몸에서 떨어지던
낙숫물 자국이었을까
산맥을 넘어와 흩날리던
하얀 눈발이었을까
노을 속으로 날려 보낸 새들의
젖은 울음소리였을까
뻐꾹새 울음소리 따라 내려오던
뒤란 감꽃이었을까
낡은 몸에서 쏟아져 내린
여리디여린 물굽이
그 푸른 길 끝내 건너가는
그리운 아버지의
그 무엇이었을까
— 「아버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