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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096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3-09-18
책 소개
목차
제1부
약 13/말할 수 없는 14/항해자 16/얼음 각시 17/애벌레의 꿈 18/이미와 아직 사이 20/태업 21/내 마음속 민화 22/달팽이 24/기다림 25/기표들 26/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28/눈물이 왔다 30/백지 31/커피콩과 작두콩 32/삶 34/한 걸음 36
제2부
ING 39/볼링공 놀이 40/어항 42/히어로 43/치료 감옥 44/겨울방학 46/무제 47/저녁노을 48/연꽃 50/엄마를 보내며 51/성장기 52/거울 속으로 54/봄 55/반성 56/창 58/옥수수 59/희망 고문 60/부질없는 걱정 62
제3부
우화등선 65/진품 인간 66/악연 68/월급쟁이 69/별 70/군자 72/중앙탑 73/선물 같은 하루 74/바람이 분다 76/감정조절 77/공습경보 78/소망 80/나의 실체 81/본캐와 부캐 82/이별 84/요셉 85/문청염검신(文淸廉儉信) 86/카르페 디엠 88/공중에 뜬 배 한 척 89/구원 90
해설 고영(시인)/91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릴 적
식탁 위에 쌓여 있는 약봉지를 보고
약이 먹고 싶어서
아무리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도
알아주지 않는 엄마가 미웠다
그 꾀병이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자연의 순리를 조금은 알아갈 나이가 되어서
아무리 아프다 힘들다 외쳐도
알아주는 사람 없고
식탁 위에 약봉지만 자꾸 쌓여 간다
내외하듯
약봉지 속의 약들은 여전히
불친절하고
— 「약」 전문
차마 말할 수 없는
무렵이 있었다
그 무렵에
그립다는 말 차마 내뱉지 못하고 꽁꽁 싸매두었던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
소일거리였고
소풍이었고
회한이었으며
미련이었던
아버지 손때가 묻은 펜을 잡았다
붓을 잡았다
차마 말할 수 없는
무렵이었다
아버지의 아버지에 의한 아버지를 위한
무렵이었지만
그림은 끝내
붓을 건너가지 못했다
— 「말할 수 없는」 전문
백지 위로 검은 먹선 한 가닥이 지나갈 때마다
나무에 꽃이 피고, 새가 날아간다
그 옛날
용안을 그리고 풍속화를 그리던
도화선 화공들 손길처럼
내 마음에도 색색의 꽃이 피고 지고
새가 날고
툇마루 끝 풍경 소리를 화선지 위에 앉히고
먼 데 산을 끌고 와
바위를 세운다
산문(山門)에 드는 그림자 하나 둘
얼굴을 그릴까 말까
붓끝에 인정(人情)을 둘까 말까
여백에 빠져서
새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내 마음속 민화
— 「내 마음속 민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