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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553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4-07-18
책 소개
목차
제1부
마술의 실재•13/잠의 세계•14/누군가 나를 꿈꾸기를 멈춘다면•16/빛의 착란•18/커서•20/라스코 벽화•21/검은 모래 해변과 돌탑들•22/현재•24/유리의 증명•26/다른 날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구름 이야기•28/드림캐처•30/당신의 4월•32/이상한 나라의 앨리스•34/슈뢰딩거의 이별•36
제2부
둘레길•39/알렙•40/알츠하이머•42/영등포•44/유고 시집•46/물의 여자•48/평범한 아침•50/헤아려보는 파문•52/착한 사람•54/그루밍•56/크로스 워드•58/타자•60/안녕, 시빌라•62/한여름의 크리스마스•64
제3부
불편한 침묵•67/돌을 나눠 가지고•68/일 인분의 감정•70/눈사람•72/세계의 발견•74/목관(木棺)•75/나무 자세•76/아부다비 소녀•78/진실의 입•80/∞•82/꽃 도둑•84/벽에 걸린 여름•86/비는 멈추기 위해서 퍼붓는다•88/나도 모르게 일생을 살다 온 것 같은•90
제4부
내 안의 타인•93/오늘의 토마토•94/오 초간•96/숨 쉬는 것들은 늘 수위가 변한다•98/기약할 수 없는 말•100/나를 넣어 기르는 장(欌)•102/객공(客工)•104/템플스테이•106/영향권에 든다는 예보•108/팬데믹•110/우기•112/펭귄•114
해설 염선옥(문학평론가)•11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시인의 산문
간절해하는 것은 결국 삶이라는 것을 안다.
절박은 누군가의 형틀이다.
어쩌면 이제껏 누려왔던 자잘한 행운들도
알 수 없는 은총이 아니라
번갈아 찾아든 가능성 때문이라고
등을 쉽게 내보이는 체념이 아닌
그 확률에 기대어 두 손을 모으는 일이야말로
고양이를 살리는 일,
문 앞에 놓여 있는 너의 상자를 본다.
막다른 믿음 하나로
물 주는 심정이 된다.
폐허의 복원은 우연한 발견 때문이었지요
유적이 발굴되었을 때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어요
숭숭 뚫린 구멍에 석회 물을 부어 넣었더니
놀랍게도 사람 형상이 굳어 나왔다고 해요
허공도 사실은 누군가의 틀이었던 거죠
그래요, 나는 당신 꿈에 주입된 복제본이에요
하지만 그런 당신도 에디션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요
화산폭발에 놓인 최후의 모습들을 보았어요
죽음이 간절해하는 것은 결국 삶이라는 것을
절박은 누군가의 형틀이겠지요
우리, 라는 자리에 석회 물을 흘려 넣고 싶었어요
껴안은 채 수천 년 묻혔다가 복원된 형상엔
영원도 묻어 있을까요
기억을 흘려 넣으니, 유적지의 휑한 바람벽조차
그 자리를 지키느라
그리 오래 견뎌왔다는 걸 알겠어요
숱한 감정이 찍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원형으로부터
점점 마모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서 나를 깨어내고 있어요
― 「누군가 나를 꿈꾸기를 멈춘다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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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가 된 어느 시인의 SNS 화면,
생전의 글귀가 검은 입술처럼 달싹인다
어쩌면 그에게는 죽음도 해킹에 해당될까
커서가 껌벅일 때마다 착시가 인다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눈을
상상해 본다
창 하나를 지워도
검은 나비 같은 팝업창은 살아서
누군가 자꾸 호출되고 있다
― 「커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