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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57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8-12
책 소개
목차
제1부
슬픔의 각도•13/막•14/거꾸로 보는 세상•16/과속단속카메라•18/핏줄론•20/금선탈각(金蟬脫殼)•22/황홀한 비행•24/탈피의 의미•26/투명한 집•28/쉼표와 숨표 사이•30/구속과 자유•32/그래도 뻐꾸기는 난다•34/극과 극 사이•36/우주의 샘•38
제2부
민들레•41/물의 발•42/술시(戌時)의 비밀•44/공양의 의미•46/갑사(甲寺) 가는 길•48/영원의 미소•50/노을 뜨다•52/숫자의 늪•53/소리 공화국•54/육추기(育雛期)•56/그들이 사는 법•58/내 안의 물길•60/물의 노래•62/틈, 틈, 틈•64
제3부
목련의 방•67/알고리즘•68/시나나빠•70/껍질의 미학•72/모래시계•74/겨우살이•75/연(蓮)과 연(然)과 연(緣)과•76/신호등 앞에서•78/바다바라기•80/코로나 강물은•82/벤치가 되고 싶다•84/전화번호부•85/터널•86/거꾸로 가는 기차•88
제4부
반영(反影)•91/어땠을까, 어땠을까•92/미래형 화수분•94/삶의 무게•96/시간의 사슬•97/미니멀리즘•98/겨울나무•100/월송정(越松亭)•102/휘파람새•104/숏폼의 시대•105/백접초•106/꽃이 새가 되는 시간•108/쇠뜨기 이야기•110/꽃의 정서•112
해설 우대식(시인)•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작정 슬퍼질 때가 있다 배우자나 자식이 맘에 하나도 안 들고 직장에서도 친한 친구도 아무도 내 맘을 몰라줄 때 사는 게 시큰둥하고 꼼짝하기도 싫고
무진장 슬퍼질 때도 있다 청천벽력같이 돌연사한 친구나 더 견딜 줄 알았는데 홀연히 떠난 친구나 코로나라고 장례식장도 못 가고 보내버린 가족 때문에 분노까지 치밀고
무턱대고 슬플 때도 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속없이 푸른 하늘, 예전 그대로 화려하게 피는 꽃들 봐도 눈물 나고 드라마 속 불륜에 욕하다가도 약자가 되어 펑펑 울기도 하고 트로트 열풍에 따라 부르며 울기도 하고
슬픔의 각도기로 잴 수만 있다면 꼭 그만큼만 슬퍼할 수 있고 꼭 이만큼만 슬퍼하라고 위로할 수도 있을 텐데
측량할 수 없는
슬픔의 각도
― 「슬픔의 각도」 전문
막 살다가
막 이상이 왔다
족저근막염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에 걸려
막 죽을 듯한 고통을 맛보고서야
막막해서 생각해 보니
막이라는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막이라는 것이 있었다니
피부에서 내장 속까지 보이지 않는
막이 있을 줄이야!
누구는 위점막이
누구는 각막이
누구누구는 자궁막이 이상해졌다고 해도
막을 모르고 그저 흘려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서운
막을 치며 살았다
막을 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칠 수밖에 없는 것이 또
막인가 혼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살았을지 온몸 지탱하던 발바닥 족저근
막의 외로운 삶, 그 아픔 속에 너와 나 보이지 않는
막의 이상이 실은 더 무섭다 언제나 투명하게 너와 나를 감싸던 그
막이 어느 순간 망가졌는데도 무덤덤하게 지내다가
막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아픔이 오고 나서야
막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막의 연약함이 필요악이고
막을 치지 않고 살 수 없다면
막을 똑바로 보며 새로운 인생 막을 열어야지
막 더 이상 화나지 않게
― 「막」 전문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한 모퉁이 돌아드는데
눈앞에서 갑자기 뭐가 번쩍 한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과속투성이다
아차 하는 순간
섣부른 행동으로 벌어진 사태들
주워 담을 수 없는 경솔함들
사랑도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다
한 모퉁이 돌아드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훅 들어오는 그놈의 사랑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단속에 딱 걸린 것처럼
번쩍 번쩍
머리 가슴 온몸이 감전되고 만다
에고, 중상이다!
과속위반이야 카메라에 찍힌 그 속도만큼
벌금만 내면 깔끔한데
사랑은 찍힌 속도도 없고
벌금을 매길 수도 낼 수도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까?
안절부절 밤이 길다
― 「과속단속카메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