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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935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05-30
책 소개
목차
제1부
초록의 사용법•13/5월•14/지두화(指頭畵)•16/빗방울의 일•18/곡선•20/오늘은 벚꽃•21/눈사람들•22/천둥과 번개 사이•24/생활•26/일석 선생이 사랑한 흰 꽃 등나무•28/강아지풀을 불러주다•29/냉이라는 이름•30/일산호수공원•32/그늘을 일으키는 법•34
제2부
발견에 대하여•37/고수•38/해골의 나라•40/불의 나라•42/어떤 나무•45/수몰지구•46/빵구나 뻥•49/공원의 왕•52/연못이 된다는 거•54/출근길의 유령들•56/백만 번 태어나는 사람•58/문 워크•60/대형 매장의 존재 가치•62/다이빙대•64
제3부
천변•67/언 토마토를 손에 쥐고•68/재희니트•70/벤치•72/야생•74/숨의 방식•76/보자기에 밥통을 싸서 안고•78/나사는 나사를 낳고•80/또, 봄밤•82/꽃밭은 열무밭이 되고•84/undertaker•86/셀파•88/폭설•90/완전한 망각•92
제4부
사유지•95/시집 읽기•96/비의 혈연•98/시인의 나라•100/거대한 변기•102/사람의 일•104/소년기•106/혈거시대•108/젖내•110/나의 기차•112/어른•114/좋은 시인•116/바보 사막•118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119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들에겐
분방한 회전문
연인들에겐
풀물 밴 사랑의 침대
나무에겐
청춘의 부싯돌
무덤에겐
통풍 좋은 이불
나는 이것을
음표로 빚네
동글동글
일 년을 복용할
환으로 만드네
― 「초록의 사용법」 전문
봄이라고 공원인데 오늘은 외할머니가 내 안에 큰 키를 웅크리고 들어와서는 그 볼 넓은 발을 내 오목한 발에 접어 넣고 난분분 벚꽃길을 절뚝절뚝 걸으시나 오늘은 암만해도 꼿꼿한 허리로 마실 공터에서 장구 치던 외할머니의 덩더쿵 덩더쿵 거리던 눈 속만 같아라 정자나무 곁 팽팽한 벚꽃들 아래 그보다 더 늙음이 팽팽한 외할머니며 외할머니 친구분들이 장구며 꽹과리로 낮술에 온갖 묵은 흥취 깨워낼 때 삼수갑산 돈 벚꽃들 한올 한올 배추흰나비인 양 펄럭거려 어린 나는 자꾸만 팔을 훼훼 내저었지 징하디징한 그 벚나무들이 경북 상주에서부터 경기도 북부하고도 먼 이곳까지 날아와 헐떡이는 오늘은 내 여섯 살 어린 방에서 산발한 채 눈 뜨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내 안에 들어앉아 자꾸만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자 가자 해쌓는다 장정 서넛은 일궈야 하는 서 마지기 밭뙈기를 한나절에 다 맨 그 큰 손으로 내 머리채를 휙휙 잡아채며 벚꽃들 환한 웃음의 목젖을 태풍의 눈인 양 자꾸만 치어다보라 하시는 것이었다
― 「오늘은 벚꽃」 전문
산사춘 하면 떠난 애인이 떠올라
산사나무 아래를 지나는 것조차 형벌인 나 같은 이에겐
죽을 때까지 금을 삼키게 하고
죽어선 장기를 파헤치는 탄금형과
죽순밭에 나체로 누여 죽순이 몸을 뚫어 서서히 죽게 한다는 죽순형은
고통의 예술적 발견이란 외경심마저 든다
쇠말뚝을 머리에 박는 착전형의 고안자 상앙은
신참이 고안해 낸 요참형으로 허리가 잘려나갔다는데
어떤 참신하고 글로벌한 형벌의 출시로
이 생활이라는 고문은 끝날 것인지
봄볕이 목련나무에게서 흰 뼈들을 발라내는 오후
벌집과 개망초 사이를 수천 번 오가는 형량 끝에
꿀벌들이 밀랍이라는 시를 완성시키고 있다
― 「발견에 대하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