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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062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5-10-22
책 소개
목차
제1부
가을 13
고백 14
깨꽃 15
뒤늦은 양심 16
꽃마리 18
낮달이 익는 하루 19
눈치도 없이 20
달변가 21
꽃 따는 날 22
달팽이 학교 24
라이안의 一日 25
밀당 26
모시나비 28
제2부
바람이 부는 이유 31
씨간장 32
신비한 약국 34
묵은 사랑 36
방사선 37
백두옹 38
부추꽃자리 40
불청객 41
사랑의 매듭 42
뻐꾸기시계 44
사이 45
상추와 달팽이 46
스트레스 48
야학
제3부
참깨를 대하는 방식 53
파종 1 54
파종 2 55
나의 고추밭 56
어머니의 고추밭 58
쇠비름 59
자기애 60
종이집 62
충주시장애인심부름센터 63
두백이 장가보내는 날 64
잔디깎이 66
탑평리를 지나며 67
타인의 물음 68
제4부
밭고랑 위의 문장들 71
일상과 이별하기 72
조용한 안부 74
반성 75
마스크를 찾아서 76
춘분에 내리는 눈 78
안구건조증 79
얼굴이 약이에요 80
시간의 영수증 82
아프리카 83
시작 84
스리랑카에서 날아온 작은 새 86
한탄역(恨灘驛) 88
해설 서범석(시인·문학평론가·대진대학교 명예교수) 89
저자소개
책속에서
추를 잃은 작은 종들이 꽃을 피워 올렸다
소리 잃은 깨꽃을 위해 바람은 당목이 되었다
울림은 울음이 되어 땅바닥을 구른다
땅에 떨어진 꽃을 물고 가는 개미의 꽁무니를 본다
개미가 꽃을 끌고 가는지
꽃이 개미를 끌고 가는지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걸음이 흔들린다
소리 없는 종이 울린다
깻대를 타고 오른 무당벌레가 꽃이 된다
잘게 흔들리는 깨꽃과 한 몸이 된다
뙤약볕 아래 깨꽃이 아래서 위로 피어오른다
개미가 끌고 간 깨꽃이 잘 도착했는지
개미굴이 환하다
아마도 내년에는 개미굴에 고소한 깨꽃이 필 것이다
- 「깨꽃」 전문
급식소 맞은편 건물 옥상에 깃발들이 바람에 기대고 있다. 다른 깃발보다 높은 곳에 서 있는 태극기가 더 많이 바람을 맞는다. 몸을 폈다가 깃대에 부딪히다 온몸에 멍이 들어도 독립을 향한 몸짓은 멈추지 않는다. 빈 하늘에 깃대를 붙잡고 선 모습이 독립열사를 닮았다. 흔들려도 뽑히지 않게 두 팔을 벌려 온기를 보탠다. 바람의 무게는 얼마나 가혹한가. 날아갈 방향을 잃은 새들 비행을 멈추고 숨죽이고 있다.
- 「바람이 부는 이유」 전문
며칠 동안 깨알처럼 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닐을 씌워놓은 참깨 머리는 무사하다. 긴 시간 얻어맞아 생긴 멍이 바닥에 하얗게 널브러졌다. 쪼그려 앉아 줍는데 남편이 그냥 남는 것만 먹으면 되지 한다. 깨알이 납작 달라붙어 땅으로 들어갈 기세다. 억지로 떼어내니 흙과 함께 참깨 알이 손톱 밑으로 파고든다. 가슴이 손톱 끝만큼 아리다. 멍석을 깔고 켜켜이 깻단을 쌓는다. 옮겨질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아까워 아까워 곡소리 난다. 발목을 거꾸로 잡고 작대기로 두드린다. 한번 건드릴 때마다 쏟아지는 뽀얀 알맹이들. 신나서 노래를 부르며 연달아 털어댄다. 손목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파리지옥을 닮은 모가지가 떨어진다. 살살해 모가지 분질러지지 않게! 달래듯이 조심조심 두들긴다. 내어주는 것만 거둬들여도 충분하다. 그것이 참깨가 나에게 전해주는 설법이다.
- 「참깨를 대하는 방식」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