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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32044927
· 쪽수 : 307쪽
· 출판일 : 2025-12-22
책 소개
목차
한조의 새
육도의 갈림길
덴구의 소나무
천인오쇠
라플라타 기담
칸나카무이의 날개
옮긴이 해설 · 나카가미 문학의 정점, 『천년의 즐거움』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오류노 오바가 로지의 단 하나뿐인 산파가 된 것은 스물세 살 때였다. 그 뒤로 지금까지 로지 사람들의 아이는 거의 모두 오류노 오바가 받았다. 한조도 그랬다. [……] “얘, 한조. 누구보다 먼저 이 손으로 너를 안았단다”라고 말한다. 한조는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흰 이를 활짝 드러내고 남들에게 늘 이가 다 보이도록 웃는다는 말을 들을 만큼 구김살 없는 미소를 띠며 “먹고살자고 한 일이지 뭘” 하고 미운 소리를 한다. “오냐, 먹고살려고 했지. 그래도 말이다, 한조, 너를 낳은 어미보다 먼저 이 손에 안았어. 그 덕에 지금 이렇게 늙어서 네가 들려주는 덴코의 울음소리도 듣고 있구나.”
나카모토의 핏줄을 생각하면 로지의 유일한 산파 오류노 오바가 아니더라도 가슴 아픈 노릇이다. [……]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오류노 오바가 아는 한 다쓰의 피로 이어진 나카모토 집안의 남자들은 죄다 요절하거나, 몸 어디가 눈에 띄게 나쁜 것도 아닌데 얼굴이 허여멀겋고 장식용 인형에다 산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나 요리사 옷을 입혀놓은 모양새여서, 그것은 그것대로 보기 좋고 어울리기는 하지만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 세상을 살아나가겠다는 기백은 영 부족하다.
확실히 오류노 오바에게 세상의 부모들처럼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사람을 죽여도 안 된다,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라는 도덕관념은 거의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좋다, 그곳에 네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레이조와 계속 함께 살면서 부처를 섬기는 길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음식을 먹지 않아 비쩍비쩍 말라가면서 또다시 주삿바늘을 몸에 찌르고 혈관에서 역류해 주사기에 섞이는 피를 밀어내듯 약을 주사하는 미요시에게, 부모에게 받은 몸에 바늘을 찔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고 혈관에는 피 외의 다른 것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