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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즐거움

천년의 즐거움

나카가미 겐지 (지은이), 이정미 (옮긴이)
문학과지성사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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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즐거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천년의 즐거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32044927
· 쪽수 : 307쪽
· 출판일 : 2025-12-22

책 소개

피차별 부락 ‘로지’를 배경으로 반복되는 가족의 숙명과 생의 에너지를 그린 나카가미 겐지의 대표작이다. 말해지지 못한 주변부의 삶을 신화적 서사로 복원하며, 일본 문학의 중심을 뒤흔든다.

목차

한조의 새
육도의 갈림길
덴구의 소나무
천인오쇠
라플라타 기담
칸나카무이의 날개

옮긴이 해설 · 나카가미 문학의 정점, 『천년의 즐거움』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소개

나카가미 겐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일본 와카야마현 신구시의 피차별 부락, 일명 ‘로지’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해 동인 작가로 활동하며 좌익 정치운동에도 참여했고, 생계를 위해 육체노동을 병행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써나갔다. 1976년, 자신의 개인사를 많이 반영한 중편소설 『곶』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 장편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예술선장 신인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스스로를 “피차별 부락이 문자를 만나 처음 태어난 아이”라 일컬은 그는 『천년의 즐거움』 『기적』 등의 작품을 통해 차별과 폭력이 교차하는 고향 로지를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문학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구술성과 설화, 신화와 근대문학의 해체적 문체를 결합해 일본문학의 경계를 확장했으며, ‘주변부의 언어로 중심을 뒤흔든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을 통해 ‘언어로 쓰이지 못한 일본’, 즉 제도적 언어 바깥에 위치한 이들의 역사와 서사를 복원하고자 했던 그는 한국 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자주 서울을 방문했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다수 남겼다. 1992년, 신장암으로 46세에 생을 마감했으나, 지금도 일본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심층적인 서사 실험을 펼친 작가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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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강의 중이며, 출판번역 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다양한 분야의 일본어 도서를 검토·기획 및 번역하고 있다. 2022년 대산문화재단 외국문학번역지원사업에 나카가미 겐지의 『천년의 즐거움』으로 선정되었다. 『1승 9패』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스토리로 배우는 경영전략 대백과』 『주식은 멘탈이다』 『가격 경제학』 등 약 20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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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오류노 오바가 로지의 단 하나뿐인 산파가 된 것은 스물세 살 때였다. 그 뒤로 지금까지 로지 사람들의 아이는 거의 모두 오류노 오바가 받았다. 한조도 그랬다. [……] “얘, 한조. 누구보다 먼저 이 손으로 너를 안았단다”라고 말한다. 한조는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흰 이를 활짝 드러내고 남들에게 늘 이가 다 보이도록 웃는다는 말을 들을 만큼 구김살 없는 미소를 띠며 “먹고살자고 한 일이지 뭘” 하고 미운 소리를 한다. “오냐, 먹고살려고 했지. 그래도 말이다, 한조, 너를 낳은 어미보다 먼저 이 손에 안았어. 그 덕에 지금 이렇게 늙어서 네가 들려주는 덴코의 울음소리도 듣고 있구나.”


나카모토의 핏줄을 생각하면 로지의 유일한 산파 오류노 오바가 아니더라도 가슴 아픈 노릇이다. [……]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오류노 오바가 아는 한 다쓰의 피로 이어진 나카모토 집안의 남자들은 죄다 요절하거나, 몸 어디가 눈에 띄게 나쁜 것도 아닌데 얼굴이 허여멀겋고 장식용 인형에다 산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나 요리사 옷을 입혀놓은 모양새여서, 그것은 그것대로 보기 좋고 어울리기는 하지만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 세상을 살아나가겠다는 기백은 영 부족하다.


확실히 오류노 오바에게 세상의 부모들처럼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사람을 죽여도 안 된다,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라는 도덕관념은 거의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좋다, 그곳에 네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레이조와 계속 함께 살면서 부처를 섬기는 길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음식을 먹지 않아 비쩍비쩍 말라가면서 또다시 주삿바늘을 몸에 찌르고 혈관에서 역류해 주사기에 섞이는 피를 밀어내듯 약을 주사하는 미요시에게, 부모에게 받은 몸에 바늘을 찔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고 혈관에는 피 외의 다른 것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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