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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91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6-05-29
책 소개
목차
제1부
십리는 길고·13/두양리 은행나무·14/추위를 옷소매에 붙이고·16/숭어가 있었대·18/해의 기분·20/개나리가 피었는데 개나리를 못 보고·22/그믐·23/명일 미용실·24/북천역에서·26/신촌 입구·29/귀뚜라미와 귀뚜라미·30/끝물의 은유·32/우수(雨水)·34
제2부
아멜리에·37/월운·38/민다리·40/평당·45/미나 양장점·46/전어는 며느리를 싫어하고·48/발꾸미 발꾸미·50/서촌구석몰길·52/이명산 약수·54/생선 말리기·56/생활이라는 나무·58/목련의 바깥·60/벅수·62
제3부
불가촉·65/지구를 한 번에 번쩍 닦고 싶어요·66/궁상각치우·68/율원·69/오늘의 언박싱·70/갑을병정·72/아무·74/오이디푸스·75/해바라기·78/대서(大暑)·79/모태·80/시계가 젖었다·82/저녁의 중심·84
제4부
수련이 흔들리고·87/겹·88/편의점은 많고·90/바람 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92/십리사탕·94/불일폭포 앞에서·96/노량·98/이 집 왜 이래·100/비키스·102/윤달·104/사북의 비·106/문화동 블루스·108/소만(小滿)·110/미역 한 봉지·112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래 살아 멀미 나요
하루가 너무 많아 토할 거 같아요
하느님께 더 물어볼 말도 없는데
이렇게 늙으면 늙어간다면
눈가에 노을을 잔뜩 묻힌 채 미소만 짓고 있는 노인처럼
바다는
겨울에 자란다고 하던데
아!
말 대신 숨으로 발끝에서 불꽃이
탱고 같은 기분
이젠 꽃밭 가꾸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자신으로 돌아와서
너무 오래 살아 그래요
쉽게 산모롱이를 돌아
후벼팔 절망도 없는데
풍년가만 불러서 그래요
가꾸는 식물마다
영광이래요
춤은 누가 보고 있나요
달 없이 무슨 유물로 이 우울을 달랠 수 있나요
― 「해의 기분」 전문
기린은 있다 기린은 있다가 아니라 기린이 있다 기린은 길다 길다는 말은 기린 쪽에 가깝다 기린은 위에 있다 위는 기린이 만든다 기린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기린 때문이 아니다 기린은 계속 서 있다 서 있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과 다르다 기린은 목이 있다 목은 기린보다 먼저 생각난다 기린은 멀다 멀다는 말은 눈에서 시작된다 기린은 있다 나는 아직 기린을 보지 않았다
― 「개나리가 피었는데 개나리를 못 보고」 전문
몇 번을 놓쳤는지
몇 사람을 떠나보냈는지
한때
앞줄에 서 있던 것들이
뒤로 물러나고
복숭아가 물러지고
끓일수록 줄어드는 장국
시간이 진하게 우러난 시간
관계가 줄고
함부로 대하지 않은 사람 몇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던 순간
몇
다 읽고 덮은 책 위에 손 한 번 더 얹으며
말하다 만 사과를 다시 꺼내
이어 붙이려는 저녁의 대화
복숭아가 물러지고
아이를 재우고 돌아선 부엌
벌레에게 시달린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남는 이름
― 「끝물의 은유」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