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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외국어 > 통역/번역 > 번역
· ISBN : 9791159019197
· 쪽수 : 350쪽
· 출판일 : 2023-03-02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4
감사의 글 •6
1장 번역의 개념: 기호를 중심으로 •11
2장 번역 개념의 확장 •20
3장 밈과 번역 •29
4장 이분법? 직역 vs 의역 •32
5장 번역 방법(translation techniques) •38
6장 스코포스와 번역 브리프 •42
7장 번역 과정과 인지 •46
8장 파라텍스트(paratext) •54
9장 고유명사의 번역과 음차 •62
10장 이상한 병기(倂記), 쓸모없는 병기(兵器) •72
11장 수(number)와 접미사 ‘-들’ •74
12장 문화특정항목과 인명(人名) •83
13장 한국 단편소설에서의 문화특정항목과 번역 •95
14장 명시화(explicitation) •105
15장 요약 번역과 텍스트 유형의 변경 •111
16장 생략도 번역 방법이다! •119
17장 말장난(wordplay) •124
18장 법률번역에 관한 조언 •136
19장 인칭대명사, 번역할 것인가? •145
20장 반복 •152
21장 문장부호(1) •156
22장 문장부호(2) •165
23장 의미 차이를 세심하게 따지고 구분하자 •174
24장 나열하기(ordering): 순서와 통일성을 고려하자 •177
25장 수식어구의 위치 •181
26장 비유적 표현과 텍스트 유형 •184
27장 각주와 괄호 •193
28장 가짜 짝(faux amis)과 음차 •205
29장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번역은 무조건 최고? •211
30장 제목 번역 •217
31장 원문의 구조와 형식의 전이 •226
32장 문장 간의 연결, 이끔부(theme)와 딸림부(rheme) •234
33장 접속어와 결속성 •248
34장 단어의 의미와 어감 차이 •254
35장 의성어와 의태어 •262
36장 영상번역 맛보기 •272
37장 팬 번역(fan translation) •287
38장 번역과 이데올로기 •293
39장 문장의 분리와 접합 •303
40장 코퍼스(corpus)와 번역 •309
41장 기계번역과 포스트에디팅(post-editing) •315
42장 컴퓨터 보조 번역(CAT) •324
43장 교정교열과 편집(revision and editing) •331
참고문헌 •338
저자소개
책속에서
1장 번역의 개념: 기호를 중심으로
번역 수업에 익숙해진 3학년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번역(translation)이란 무엇인가? 번역을 정의해보라.”
번역을 2년간 배웠는데 이제야 번역을 정의하라니? 생뚱맞다.
위 질문에 대해 어떤 학생들은 곧바로 답을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조금 주저하면서 쉽게 쓰질 못했다(눈치가 빠른 학생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막상 설명하려고 할 때 생각보다 어렵지 않던가?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 일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➊ 용어 translation은 사실 통역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translator가 통역사를 의미할 수도 있음). Translation은 통역과 번역을 합친 단어입니다.
➋ 외국어(영어) 텍스트를 자국어(한국어)로 옮긴 것 또는 그 반대
➌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나 그 결과물을 말합니다.
➍ 일반적으로 언어 간의 전환을 말하지만 한 언어 내에서도 번역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패러프레이즈도 일종의 번역이다.
학생들의 표현은 생각보다 다양했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의 네 가지로 귀결된다. 여러분도 위 답변에 공감하는가? 어떤 답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제시된 답안을 하나씩 정리해보자. 먼저 답안 ➊은 논지에서 벗어난 내용일 수도 있으나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translation의 기본 의미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또는 단어만 놓고 볼 때, translation과 translator는 각각 ‘말을 옮기는 것’과 ‘말을 옮기는 사람’으로 해석 가능하다. 따라서 학생이 지적한 대로 translation은 ‘통역’을, translator는 ‘통역사’를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외신 기자 통역을 나갔을 때도 명패에 “TRANSLATOR”라고 적혀 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는 학문적 관점의 해석이 아니다. 통번역학에서는 translation과 interpreting(interpretation), 그리고 translator와 interpreter를 구분하기 때문이다(참고로 이상빈[2020c: 4]에 따르면 interpreting과 interpretation은 다르다). 콜리나(Colina 2015: 3-4)와 같은 학자는 번역과 통역을 함께 지칭할 경우 “Translation”(첫 번째 T는 대문자로 쓰기 때문에 유표적이다)으로 적고, 번역만을 뜻할 때는 “translation”(첫 번째 t는 소문자)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답안 ➋는 번역을 결과물의 관점으로만 해석한 것이다. 즉, 번역의 의미 범주에서 번역 행위를 간과하고 있다. 답안 ➌은 번역의 결과(product)뿐만 아니라 번역의 과정(process)도 고려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답안도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번역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번역을 (서로 다른) 언어 간의 전환에만 국한시켰기 때문이다. 답안 ➍는 앞서 살펴본 두 답안에 비해 번역을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비록 “전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답안 ➌이 제시한 ‘과정’과 ‘결과’를 뚜렷하게 구분하지는 않지만, 번역을 단순히 언어 간 작업에만 국한시킨 것이 아니라 언어 내 작업으로도 이해한 결과다. 우리가 답안 ➍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번역학과 학생들이 ‘언어 내 번역’을 수행(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을 정의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학자마다 관점이 다르고 번역이라는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론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을 둘러싼 유사 개념도 생각보다 많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