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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5925815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제5장 곽주 공방전
큰 바랑 작전 / 통주성으로 / 통주성에서의 작전회의 / 뇌공(雷公) / 다시 통주로 / 노전과 최충 / 곽주탈환작전-첫 번째 / 곽주탈환작전-두 번째 / 곽주탈환작전-세 번째 / 곽주탈환작전-네 번째 / 곽주탈환작전-다섯 번째 / 서경 밖 거란진영
제6장 회오리바람
신녀와 조원의 대화 / 신녀의 회상 / 서경 신사의 회오리바람
제7장 개경에서
나평으로 향하는 지채문 / 나평의 노파 / 나평에서 / 삼수채 패전 후-개경 / 김종현 개경에 오다! / 서서히 이길 방법 / 삼거리에 나타난 거란군 / 바람을 부르는 남자
제8장 나주를 향해
개경을 떠나는 왕순 / 삼각산에서의 회상 / 하공진(河拱辰) / 다시 나주로! / 양성현에서 / 미래의 세 황후 / 여양현에서 / 노령(蘆嶺) 앞에서 / 돌아오는 길
제9장 다시 삼수채에서
얼음이 풀리고 있다! / 회군 시작 / 다시 완항령에서 / 완항령을 넘어 삼수채로 / 녹슬지 않는 칼
제10장 벼락같이
내원성으로 가는 길 / 인내심 / 운명 / 반격 / 다시 서경 남쪽에서 / 배나무 고개에서 / 여리참(余里站)에서 / 쑥밭에서 / 벼락같이 / 압록강으로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시금 서로 간의 치열한 사격전이 펼쳐졌다. 한쪽은 결사적으로 성벽으로 붙으려고 했고 다른 한쪽은 필사적으로 붙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잠시 후, 고려군은 항아리들을 성벽에 붙은 거란군의 공성차 위로 떨어뜨렸다. 고려군이 던진 항아리들은 쇳물을 담은 항아리였다. 펄펄 끓는 쇳물이 튀자, 화공에 대비하기 위해 수레 위에 물을 뿌려 놓
은 것도 소용이 없었다. 쇳물 항아리에 정확히 맞은 수레는 통째로 타올랐고, 쇳물이 조금이라도 튄 수레는 쇳물이 닿은 부분부터 연기를 내며 타들어갔다. (…)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레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뜨거운 쇳물이 거란의 철갑 보병들 몸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차라리 바로 죽었으면 좋으련만 쇳물이 철갑옷과 살에 달라붙어서 천천히 피부와 근육을 태웠다. 쇳물이 묻은 철갑보병 수십 명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던 다른 기계들도 고려군의 화공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낭군군상온 해오야가 보니, 시도된 모든 공격이 막히고 있었다. 더구나 부상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데다가 너무 지쳐있었다. 해오야는 급히 왕계충에게 가서 말했다. “일단 한번 정비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후퇴하자는 표현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왕계충이 전황을 한번 살핀 후, 천천히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강까지 후퇴시키도록 하시오.” (…) “사망자는 오백여 명이고 부상자가 많습니다. 더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어 후송되어야 하는 인원만 천여 명 정도입니다. 기구는 공성탑 두 대, 운제 세 대, 소차 일곱 대를 잃었고, 성벽에 가까이 갔던 공성차를 많이 잃었습니다. 삼십여 대쯤 잃은 것 같습니다.” 소배압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산성(山城)이라 급하게 공격하기 어렵군.”
_<공방전> 중에서
양규는 이현운의 겉옷을 벗기게 하고 머리에 쓴 두건 역시 벗겨 민상투가 드러나게 했다. 이현운은 포박당한 채로 대장대로 끌려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몸을 떨면서 어깨를 움츠리고 걸었다. 양규는 대장대에서 경계병을 제외한 흥화진의 전 병력을 소집하고 군사들에게 말했다. “나와 여러분의 처음 임무는 이곳 흥화진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우리는 적 사십만 대군을 맞아 용맹하게 성을 지켜냈다. 우리의 첫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한 것이다. 우리의 용맹은 고금에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와! 와!” “고려 만세! 성상폐하 만세!” 군사들의 환호가 가라앉자 양규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라를 지켜내야 할 우리의 주력군은 적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들은 개경까지 혹은 그 이상 내려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국토에 눌러앉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군사가 탄식을 쏟아내었다. (…) 양규가 시름에 잠긴 군사들을 보며 다시 말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 임무는 첫 임무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단순히 성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밖의 북적들을 공격하여 그들을 우리의 땅에서 몰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양규를 응시했다. “흥위위 초군은 나와 같이 성을 나아가 흩어진 고려군들을 규합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첫 임무이다. 북적들을 우리의 영토에서 몰아낼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군령이다. 내가 앞장설 것이다. 그대들은 용사의 자부심으로 나라와 가족들, 친우들을 북적들로부터 반드시 구원해주길 바란다.” 양규의 말이 끝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_<흥위위 초군 흥화진을 나서다!> 중에서
신료들은 약간 놀랐다. 강감찬의 계책에 놀란 것이 아니라 왕순의 태도 때문이었다. 작년에 즉위 후, 어린 성상은 항상 조심하였으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우선하여 원로대신들에게 자문했다. 스스로 의견을 먼저 내세우는 법이 없었으며 항상 원로대신들의 말을 따랐다. 좋게 말하면 조심과 신중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하고 우유부단이었으며, 자기 의견을 주장할 정도의 강단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성상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원로대신의 의견을 묵살하고 강단 있게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강감찬은 고개를 들어 젊은 성상을 보았다. (…) 천추태후는 이 젊은 성상을 크게 꺼리어 강제로 출가시키고 나중에는 죽이려고 혈안이 되었었다. 그 위기들을 무사히 넘기고 결국 고려의 임금이 된 것이었다. 강감찬은 이 젊은 성상이 즉위한 후, 절대로 천추태후를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겠는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천추태후에게 보복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젊은 성상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 젊은 성상은 정말 성정이 좋아 보였지만 어쩌면 나약하게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 강감찬은 유약해 보이는 성상이 자신에게 호응해 주리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즉위한 이래로 지금까지 성상의 태도로 보았을 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아니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런데 성상은 원로대신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에 호응하고 있었다. 어쩌면 젊은 성상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_<삼수채 패전 후-개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