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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집 1

시간의 집 1

안리연 (지은이)
  |  
로크미디어
2016-09-30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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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집 1

책 정보

· 제목 : 시간의 집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996122
· 쪽수 : 352쪽

책 소개

퀸즈셀렉션. 안리연 장편소설. 전쟁으로 피폐한 시대에 구원자처럼 등장했던 평화의 작곡가이자 천재 화가, 아이반 윌우드. 하녀 로씨에게 그는 그저 돌봐야 할 눈먼 주인이자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멀고먼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목차

Prelude
Spring
Summer
Segno

저자소개

안리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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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이반 님, 많이 우울하신가요?”
“질문이 주제넘는군.”
“죄송합니다.”
“이제 와서 지루하게 굴지 마라. 틀림없이 진짜 할 말은 따로 있겠지. 말해 봐.”
“저…… 저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으세요?”
그를 바라보았다. 다문 입술. 나는 약간 조바심을 내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시킬 일은 많으시겠죠. 집안일이나, 창고 관리나, 아무튼 여러 가지 것들이요. 그렇지만 그런 걸 제외하고…… 그러니까 제 말은…….”
“하녀로서 이외에 말이지.”
그가 냉정한 태도로 말을 끊었다. 이번엔 내가 입을 다물었다.
“너의 그런 점이 날 혼란스럽게 만든다, 로씨.”
아이반 님은 곤란한 듯이 턱을 괴었다.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세였다. 어느덧 와인도 네 잔째, 그의 얼굴엔 홍조가 돌았지만 취기로 인해 즐거운 표정은 절대 아니었다. 혹시 또 오해가 빚어진 게 아닐까, 난 서둘러 뭐라 말하려 했으나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넌 단순한 하녀처럼 굴지도 않으면서 내게 여자로서 접근하는 것도 아니고, 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도 아니지. 난 처음에 널 경계했고, 다뤄 보려고도 했고, 가르쳐 볼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니었어. 네가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하녀들이 이 집을 다녀갔다. 참 별별 여자들이 다 있었지. 그런데도 나는 네가 까다롭고 성가시다.”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나는 갑작스레 쏟아지는 말들에 놀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반 님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게 싫지가 않아…….”
마치 풀리지 않는 퍼즐을 궁리하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망설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이반 님, 어쩌면 말이에요.”
이 시점에서 이 말을 해도 될까? 계속해서 걱정이 들었지만 애써 떨쳐 냈다. 지루하게 만들어 드릴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용기를 냈다.
“제가 셋 다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우신 걸지도 몰라요.”
“셋 다라고?”
“네, 그러니까 저는…… 일단 하녀니까요. 물론 제가 아이반 님 기분을 상하게 한 적은 몇 번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전 성실히 일하고 있고, 또 아이반 님이 시키신 일은 다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 아이반 님의 음악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말했다. 진심이니까. 말하고 나니 확 부끄러워졌지만 꾹꾹 참았다. 와인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내 얼굴이 무슨 색이 되었든 간에 아이반 님은 모르실 거다! 그렇기에 이어서 말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줄곧 좋아해 왔으니까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윌우드…… 아니, 여기에서 일하게 된 것도 사실은 그래서였어요. 가까이서…… 듣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추종자라고 하셔도 돼요, 그게 맞는 거예요. 하고 웅얼웅얼 덧붙였다. 아이반 님이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지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오랫동안 품어 온 말을 고스란히 꺼내자 속이 시원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얼얼한 느낌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침묵이 어색해졌을 즈음 아이반 님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나머지는?”
“예?”
순간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도는 듯했다. 허나 그는 엷은 미소조차 가리려는지 와인 잔을 다시 입에 댔다. 텅 빈 잔을 내려놓으며 그가 다시 말했다.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아닌 건지.”
잠시 숙고해 보았다. 하녀로서, 그의 추종자로서, 그리고…….
“여, 여자로서는…….”
두근거렸다. 그래, 나는 여자고 아이반 님은 남자다. 열아홉 살, 스무 살짜리의 기이한 동거다.
나는 쭈뼛거리며 대답을 주저했다. 그는 이제 미소를 숨길 생각조차 없는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애써 외면하며 매뉴얼을 꺼내 들었다.
“그렇지만 아이반 님께선…… 제 고용주신 거잖아요. 그리고 따, 딱히 아이반 님도 절 남자로서 대하지 않으셨고, 음, 전 그런 점이 참 좋고…….”
“글쎄, 없진 않았지.”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고, 그는 와인병을 더듬더니 다섯 잔째를 따랐다. 조용한 가운데 술 따르는 소리만이 애간장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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