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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와 여인

무사와 여인

더마냐 (지은이)
  |  
로크미디어
2016-07-29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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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와 여인

책 정보

· 제목 : 무사와 여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9996986
· 쪽수 : 352쪽

책 소개

더마냐 장편소설. 온갖 거짓만 가득한 생이었다. 이름도, 성별도, 존재 자체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이복 오라비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던 명. 그녀는 목숨을 끊으러 간 곳에서 무사, 윤을 만났다.

목차

서장
황명, 그녀의 이야기
척윤, 그의 이야기
만해상단의 후계자
황공찬의 죽음
여정의 시작
도령의 정체
항기와 이화
반격
답은 하나뿐이다
이름이 없는 여인
마음이 향하는 곳
이심전심
공휴일궤功虧一?
하늘의 뜻
파멸
새로운 삶
화촉을 밝히다
외전 1. 지표와 마이
외전 2. 아라의 집
작가 후기

저자소개

더마냐 (지은이)    정보 더보기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 끙끙거리는 사람. 사실성과 이야기의 재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출간작] 스테이 바이 미 무사와 여인 94년 그해, 봄(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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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비가 내렸다.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은 명이 다시 방문을 열었다. 두 번째로 말했다.
“형님. 들어와.”
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툇마루에 앉아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지난 이틀은 아픈 명을 간병해야 하니 한방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혼례도 올리지 않은 성인 남녀가, 나란히 누우면 손이 닿을 정도로 비좁은 방에서 함께 머무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형님.”
가까운 데서 소리가 들려 윤이 눈을 뜨고 옆을 보았다. 명이 방을 나와 그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왜 나오냐.”
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슬쩍 엉덩이를 들어 거리를 벌렸다. 명한테서는 알싸한 약초 냄새와 풋풋하고 향긋한 풀꽃 냄새가 섞여 났다. 그리고 묘하게 달큰한 체취.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하는 기분이었다.
“형님이 안 들어오니까 내가 나와야지. 지켜 준다면서? 그러려면 옆에 있어야지.”
명이 투정하듯 말했다. 그래 놓고는 스스로 어색해서 얼굴을 붉혔다. 한 번도 이런 어투로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투정하거나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
윤은 말을 못 하고 명을 바라보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바라는 것은 명이 어서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는 것. 그것이 그의 두 번째 바람이었다.
하필 스님도 암자를 비우고 있었다. 저녁 먹을거리를 준비한 다음, 내일 먹을 것이 없다며 골짜기 아래 큰절에 다녀오겠다며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리는 비에 윤의 바짓단이 젖어 들었다. 방에서 새어 나오는 어슴푸레한 불빛에 얼룩이 지는 바지가 명의 눈에 보였다.
“형님, 들어가자.”
명이 일어나며 윤의 팔을 잡아끌었다. 윤은 명이 하자는 대로 따랐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윤을 방 안으로 밀어 넣은 명이 비에 젖지 않도록 신발들을 툇마루 안쪽에 올렸다.
윤은 방 안에 들어와서도 우두커니 서서 앉지를 못했다. 명이 들어와 어깨를 만지자 경기를 일으키듯 돌아보았다.
“옷이 젖었어.”
명과의 거리를 벌리느라 툇마루 끝으로 물러앉았더니 들이친 비에 한쪽 어깨가 젖어 있었다.
“괜찮아. 금세 마른다.”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호흡이 가빠져 훅 뜨거운 숨을 토했다. 자신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하는 명의 팔을 덥석 잡아 천천히 당겼다. 허락을 구하듯 그 얼굴을 들여다보자 쑥스러운 명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윤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입맞춤은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으나 곧 강하고 뜨거워졌다. 윤은 기갈을 해소하듯 명의 입술을 탐했다. 노곤해진 명이 쓰러질 듯 매달리자 입술을 떼고 바닥에 앉혔다. 그 앞에 마주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명이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상투를 고정한 동곳을 뽑았다. 긴 머리카락이 아래로 흩어져 내리는 것을 윤이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손을 뻗어 명의 옷고름을 잡아당겼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저고리와 속적삼을 벗기자 동그란 어깨 아래, 봉긋한 가슴을 감추려고 천을 여러 겹 감아 놓은 게 보였다. 윤이 멈칫 손의 움직임을 그쳤다가 곧 그마저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차림, 다시는 하지 마라.”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만들겠다는.
밤이 깊어지자 지붕을 때리는 빗줄기 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그 지붕 아래 함께하고 있는 남녀가 내는 소리도 점차 강해졌다. ……밤새 내리던 비는 새벽에야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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