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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110463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9-05-08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1. 뜨개질
뜨개질
냄새
첫눈 오던 날
노을이 질 때
나무가 들려주는 말
마흔넷의 소묘
까슬
품
약봉지
붉은 벚꽃
동백꽃 지던 날
루비 반지
뒷모습
현충일
2. 플러스 마이너스 0
이해
운수 좋은 날
땅콩 값
서울 나들이
화투
실반지
암벽등반
고양이와 나
그림자
쥐
플러스 마이너스 0
김장
팬레터
3. 싸움의 기술
버스
꿀잠
신발 속 모래알
봄바람
오늘도 수행 중
싸움의 기술
먼 데서 온 전화 한 통
중고책
홈쇼핑
웨딩포토
궁금한 이야기
이동성 신장
배려
4. 궁금한 이야기
바람아 불어라
플랫폼에서
동네 의사
여행
안과에서
바이올렛
밥
염소 아저씨
궁금한 이야기 2
비, 스며들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부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했다. 먼지가 햇빛의 그물망에 갇혀 온 방을 떠다닌다. 내 유년의 엄마가 햇빛 드는 창가 쪽에 앉아 뜨개질할 때도 그랬다.
먼지는 엄마 손끝에서 머리까지 이리저리 부유했다. 엄마는 해가 떨어질 때가 돼서야 숙인 고개를 들었다. 뜨개질을 멈추면 엄마 주변에 갇혀있던 먼지도 풀려났다.
2부
“자, 예쁜 언니들, 환절기라 기운 없으시죠? 저기 젊은 언니도 굉장히 피곤해 보이네요. 다크써클이 발목까지 내려왔어.”
청년은 콕 집어 나를 가리켰다. 일제히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쟤는 어린애가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기 앉아 있나.’ 하는 눈초리였다. 국수 세 봉지 얻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나는 옆머리를 쓸어 올리는 척 얼른 고개를 돌렸다.
3부
싸움의 기술은 ‘힘’이 아니라 ‘기’고, 그 기는 눈빛에서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았다. 애석하게도 내가 ‘싸움의 기술’을 제대로 써먹은 건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저급 기술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쓰기 급급했다. 그건 타인과의 너그러운 타협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비겁한 타협이었다. 꼭 싸워야 할 때조차 피해버리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