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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0350517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8-09-10
책 소개
목차
제1부
잔상
저녁 강을 서성이다
바람의 울음
당신의 이름으로 저무는 저녁
늦가을 밤의 전언을 들었다
노을 주막
허공
운해에 머물다
적소를 찾아서
가을 음각
흐르네
제2부
풍죽도
그 소리를 품다
달항아리 백자
그 여자의 우물
산 중턱 흰 돛배
멍
푸른 밤
출가
꽃
나무들의 사월
사랑
제3부
낮달
모정
설화산
노을에게
꽃잠
숯
마음의 핸들링
불나비
투우
제4부
평화 3
평화 4
평화 5
평화 6
평화 7
평화 8
평화 9
평화 10
평화 11
평화 12
평화 13
평화 14
해설 | 허공으로의 순례·우대식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녁 강을 서성이다
한 세계에 가둘 수 없는 노정
일몰이 마지막 떨리는 입술을 마는 해거름에
저녁이 나를 이끌고 강으로 간다
가을을 벗은 나무는 제 그늘 거둬 어스름 속으로 가는데
계절의 문을 열고 노을 쪽으로 몸을 굽히는 갈대의
떠나가는 것에 대한 예의
저녁 강물이란
얇게 펼친 두루마리 위에 흘림체로 써내려간 낙일의 후일담 같아서
낮과 밤의 경계에 피는 노을꽃이 시간의 먼지를 씻고 흐른다
가라앉는 무거움은 흐르지 못하고
계절을 벗고 나무의 생을 기록한 가랑잎이 흐른다
새들이 바람을 접어 밤을 청하는
강변에서
세월을 잠근 자물통을 열고 오래된 연서를 꺼내 태우던 어느 날의 저녁이
시간의 재로 날리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다니
시간이 뭉친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이주가 시작되는 물방울
내가 저녁 강물을 서성이고 저녁 바람이 나를 서성이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순례하는 동안
나무들의 사월
혼자 흔들리며
계절의 바람을 오래 견딘 나무들은
무성한 수사를 털어내고 줄기만 남긴다
고적한 눈빛으로 가닿은 시선 끝에는
허공의 푸른 심장이 하염없고
동토의 깊은 곳으로 뿌리는 망명을 떠난다
비장미의 극점까지
제 몸의 소리를 가둔 채
울음을 삼키고 산화하는 꽃들
사라지는 것의 무표정한 통증
짧은 생일수록
사라짐은 사라짐으로써 영원하다
깃발처럼 새순들이 일어서는 함성
나무들의 사월이 그렇게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