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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교육
· ISBN : 9791160372304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4-10-06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 14
제1장 네 번의 장학재단 이야기 / 25
(1) 두레연구원과 두레장학재단
(2) 한중장학재단
(3) 분당중앙교회 인재양성원
(4) 스코필드장학문화사업단
제2장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 91
(1) 균형 잡힌 믿음과 신앙
(2) 공부하기-한 번쯤 극한까지 몰아치기
(3) 인생의 십일조
(4) 현장의 힘을 느끼고 배우는 역사탐방
(5) 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하기
(6) 삶의 롤 모델 찾기
제3장 부모와 교회를 위한 제안 / 141
(1) 다음세대 인물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2) 장학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3) 시간과 마음의 우선순위
(4) 같이 공부하자
(5) 순례영성으로 다시 찾는 자신과 하나님의 얼굴
에필로그 / 198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번은 연변제1중학교의 교장 선생을 만나서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수돗가에서 연신 수돗물을 마시는 한 학생을 마주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다음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그와 짧게 몇 마디를 나눴다.
“학생, 점심시간인데 왜 수도에서 물을 들이켜고 있니?”
그런데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점심을 싸 올 상황이 아니라서요….”
교장 선생은 그 학생의 상황을 내게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었다. 그는 전교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데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 학생의 얼굴이 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렸다.
‘수돗물로 점심 대신 배를 채우는 고등학생이라.’
유학을 준비하던 나는 몇 개월 후에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정작 미국 유학을 위한 재정 계획도 분명하지 않았다. 유학을 가면 또 하나님이 어떻게 해 주시겠지 하는 천진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래도 신학을 하는 이상 내가 좀 더 그리스도인답게 살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내가 못 본 체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본 대로 배운 대로 산다. 그래서 앞 사람의 삶의 모범이 중요하고, 개개인의 경험과 교육이 중요하다. 두레연구원에서 배운 사람의 중요성은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으로 고생한 내 삶의 기억과 마주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굳혔다.
‘그래. 내가 방룡이를 비롯해 이런 아이들을 키울 장학재단을 만들어봐야겠어.’
약간의 부담감과 즐거움을 갖고 같이 지낸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우리 두 사람은 이제 제법 친해졌고 최종천 목사는 내 이름을 부를 정도로 스스럼이 없어졌다. 나는 그때 내가 생각하던 소망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님, 교회가 크고 힘이 있을 때 보수 교회가 한국 교회의 미래를 이끌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한번 해 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 역시 한국 교회의 희망은 사람에 있다고 강하게 믿었다. 하지만 교회가 크건 작건 돈이 남아도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 한 교회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교회는 교회가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천 목사는 그 자리에서 답을 하지 않았다. 나도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 맘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프린스턴으로 내려온 지 몇 달이 지난 1999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사이 별다른 연락이 없던 최종천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교회가 비도 새고 해서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시점인데 대충 계산해 보니 200억쯤 들것 같구나. 그런데 지금 200억을 들여 건축하는 것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캠브리지에서 헤어진 후 한참이나 연락이 없더니 대뜸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를 그렇게 내게 내비쳤다. 여전히 사람에 미쳐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숨이 멎는 듯했다. 더군다나 보수적인 교회는 자기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이런 일을 시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종교 일반의 교세나 기독교 내부의 교단별 성도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덜했다. 더군다나 교회의 미래를 건축과 동일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었다.
분당중앙교회 인재양성원의 해외신학인재양성프로그램은 1999년 늦가을 내가 프린스턴신학대학 박사과정 첫 학기 때 그렇게 시작되었다.
참 분주하게 지내던 2016년 초여름이었다. 나는 정운찬 총장을 모시고 울산시가 후원하는 청소년 토크쇼를 다녀왔다. 500여 명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운찬 총장의 강연과 토론 일정을 마치고 울산역에서 서울행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서 기다리다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 우리도 스코필드 할아버지처럼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사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 어떨까요?”
스코필드 내한 100주년을 행사로만 채우는 것은 어딘지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내가 늘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을 키우는 일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때가 마침 정운찬 총장이 나이 69에 이르렀을 때이다. 스코필드 박사가 세계적인 수의학자로 입지를 굳히고 은퇴 후에 한국에 들어와 한국에서 노년을 보내겠다고 하면서 10대의 젊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인생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그의 나이 69세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교육자로 살아오신 정운찬 총장이 스코필드 할아버지처럼 중고등학생들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필드 박사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 특히 청소년들에게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정운찬 총장이야 나보다 일선에서 훨씬 더 큰일을 해 보셨기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파악하셨다.
“좋은 생각입니다. 한번 기획해 보세요.”
스코필드장학문화사업은 이렇게 시작해서 2023년까지 만 7년이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