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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내 각시 - 상

울보 내 각시 - 상

세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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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내 각시 - 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울보 내 각시 - 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1302409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03-27

책 소개

세련 장편소설. 혼인 맹약에 의해 가여 황실의 데릴사위가 된 천여의 황자, 서하. 가여에서 마주한 제 부인이 될 연우라는 이는 성숙한 여인이 아닌, 철없는 꼬마 공주였다. 그녀는 의무로 혼인해야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열두 살이었다. 그렇게 의무적 관계를 유지하며 타국에서 보낸 날카로운 4년.

목차

잘생기셔서 좋습니다!
호적수 무운
이분은 내 낭군이시다
아픈 자각
누가 그래? 내가 공주와 합방하지 않았다고?
둘만의 혼인식
출정
살심초
그대 곁으로
내 심장의 주인
나와의 합궁이 처음은 아니겠지요

저자소개

세련 (지은이)    정보 더보기
10대에 가졌던 꿈을 불혹이 넘어 다시 꾸기 시작해 두 아이가 엄마의 직업이 작가라 말해 줄 때 가장 행복한, 부족함 많은 글쟁이랍니다. 로맨스에는 절대 나이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달달’을 외치고 있습니다. 출간작 《울보 내 각시》, 《흑월애》 외 다수 출간 예정작 《푸른 바람의 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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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기억하십니까.”
아무런 말도 없이 걷고 있는 서하에게 연우가 묻자 서하의 시선이 연우를 향해 돌려졌다. 그 한없이 깊은 시선이 달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가슴 저 깊은 곳이 말랑거리는 느낌을 느끼며 연우가 작게 한숨을 삼켰다.
“우리 혼인식 말입니다.”
쑥스러운지 살짝 시선을 돌리며 말하는 연우의 말에 서하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살짝 입만 대어야 하는 술을 모르고 한 모금 꿀꺽했던 공주가 미간을 어떻게 구겼는지까지.”
“예?”
“그 순간 곁에 있던 하정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었는지도 기억합니다.”
연우의 작은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모양을 재미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하가 몸을 숙여 연우와 시선을 마주했다. 또 무슨 장난을 치고 싶은지 그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에 빛을 품는 서하의 모습이 불안한 연우였다.
“신방에서 공주가 어떤 모습으로 잠들었는지도 다 기억합니다. 공주의 코 고는 소리까지도.”
“서방님!”
연우의 놀란 시선이 뒤쪽을 향했다. 혹여 따르는 이들이 들을까 두려운 것이었다.
“하하하.”
시원한 서하의 웃음이 울려 퍼지자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린 연우가 서하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 힘을 주었다. 하지만 절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 힘을 주는 서하의 손에서 작은 손을 빼낼 수는 없었다.
“아!”
마지못한 듯 서하에게 손을 맡기고 걸음을 옮기던 연우의 입에서 약한 탄성이 새어 나오자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져 내리는 유성우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서하의 눈앞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연우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눈이 감겨 있는 그곳에 길고도 가는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보였다. 살짝 떨림을 담고 있는 그녀의 속눈썹 끝이 반짝였다. 속눈썹 끝이 약하게 젖어 오고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리는 연우의 눈동자에 어린 물기가 물러서려는 서하의 시선을 움켜잡았다. 뜨거움이 이제 심장까지 가득 채워 버렸음을 온전히 자각하며 서하가 연우의 손을 잡고 내궁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아, 하아.”
자신의 보폭에 맞추느라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는 연우를 향해 서하가 돌아섰다. 붉게 물들어 있는 연우의 볼 위로 서하의 따스한 손이 올려졌다.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겁을 내는 듯 서하의 거친 손이 연우의 볼 위를 조심스럽게 머뭇거렸다.
“다시 할까요? 우리 둘만의 혼인식.”
따스함이 담긴 서하의 목소리에 연우의 작은 손이 자신의 입가로 올라왔다. 그녀의 커다란 눈 가득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했다.
“공주?”
“조금 전 유성우를 보면서 제가 무엇을 빌었는지 아십니까?”
투둑, 연우의 볼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물에 서하의 미간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서방님의 진짜 각시가 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아프고 아프게 일그러진 서하의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달빛이 내린 정원에 피어 있는 꽃들을 살피던 서하가 한쪽 구석에 조용히 달빛을 온몸 가득 품고 있는 작은 꽃의 가지를 꺾어 들었다. 새하얗고 작은 봉오리가 꼭 연우를 닮은 것 같아서였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연우에게 다가간 서하가 꺾어 온 작은 꽃가지를 그녀의 머리에 살며시 꽂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도 고운 모습에 서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여전히 쑥스러운지 고개도 들지 못하는 연우를 품 안에 안다시피 다가선 서하가 가만히 연우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잊지 마십시오. 오늘이…… 우리의 진짜 혼인식입니다.”
부드러운 숨결이 이마에 닿아 흩어졌다. 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 서하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작은 입술을 삼켜 버렸다. 달빛 아래 작은 품을 품어 안은 커다란 사내의 그림자가 정원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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