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1306087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7-04-28
책 소개
목차
14. 마녀 전쟁
15. 성목의 숲
16. 에스텔라
17. 성검의 주인
외전 3. 3년 후
외전 4. 코르셋과 가죽 바지
외전 5. 감기
외전 6. 기사
외전 7. Ever after
저자소개
책속에서
긴장을 억누르고 에스텔라는 프리스든 남작이 내미는 손에 자기 손을 얹었다.
티소엔이 앞장서며 문을 열고 하녀들이 긴 드레스 자락을 챙겼다. 들러리인 영애들이 방울 같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뒤따랐다. 저택 앞에 준비된 것은 백색의 커다란 마차였다.
에스텔라는 그 앞에 선 채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배우던 어린 나이에는 이런 마차를 타는 것을 꿈으로 가졌던 때도 있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드레스를 입고 호박마차를 타고 왕자님과 결혼하기 위해 성으로 가는 꿈 말이다.
그게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에스텔라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아마도 평생에 한 번일 이 행사에 부디 아무 일도 없길. 그녀는 여태 제대로 믿어 본 적도 없는 세베르이나의 축복을 빌어 보았다.
“아가씨, 저어.”
그때 낯이 익지만,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 본 적이 없는 하녀 하나가 멀찍이에서 말을 걸었다.
에스텔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니?”
“제가, 제가 다음 달에 결혼을 하는데, 아가씨의 축복을 나눠 주실 수 없을까요?”
아하, 그런 거라면 좋다. 얼핏 날카롭게 대응하려던 직속하녀들의 태도도, 그 무례함에 놀란 영애들의 태도도 부드럽게 풀어졌다. 결혼은 모든 여자들을 공감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만이 그녀들의 인생에서 전부였으므로 그 불안감도, 무게도 서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스텔라는 알리시아에게 말했다.
“리샤, 네 꽃을 한 송이 받을 수 있을까?”
“네, 언니.”
알리시아가 들고 있던 작은 흰 장미 다발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아 에스텔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하녀에게 꽃을 내밀었다.
“부케는 주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안 되니까 이걸로 만족해 줘.”
하녀가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
에스텔라는 그 손이 떨리는 것을 먼저 보았다. 다음 순간 하녀의 소맷자락에서 짧은 칼이 튀어나왔다.
티소엔과 에스텔라는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에스텔라가 몸을 빼면서 하녀의 손목을 틀어잡고 티소엔의 검집이 그녀의 턱을 가로막아 뒤로 끌어냈다.
“헉!”
“꺄아악!”
“아가씨!”
“피! 피가! 세상에!”
비명이 메아리쳤다. 에스텔라는 손을 내저어 괜찮다고 신호했다. 다친 곳은 없었다. 그러나 순백색 웨딩드레스의 옆구리가 싯붉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