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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너의 눈동자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첫사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157038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8-07-09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157038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8-07-09
책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첫사랑'을 테마로 쓴 신작 시 49편을 엮은 시집. '어머니'를 테마로 엮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2015)와 '아버지'를 테마로 한 <굽은 길들이 반짝이여 흘러갔다>(2016)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테마시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상의 모든 것들
그 앞에 서면 다시 첫, 사랑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첫사랑’을 테마로 쓴 신작 시 49편을 엮은 시집 『너의 눈동자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어머니’를 테마로 엮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2015)와 ‘아버지’를 테마로 한 『굽은 길들이 반짝이여 흘러갔다』(2016)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테마시집이다.
나무에 푸른 물이 돌고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던 4월 초에 출판사는 49명의 시인에게 첫사랑을 주제로 신작 시를 청탁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속속 도착한 시들은 놀랍도록 다채롭고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생생했다. 여기에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두근거림이 있었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열망와 격정이 있었으며,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이별의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무수한 계절을 보내고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자 환(幻), “영원히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어떤 무늬”로 피어나는 ‘첫 사람’이 있었다. 봄날에 쓰인 시들인 만큼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상념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낸 시가 여럿 보인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이 시들을 크게 사랑의 시작, 끝, 그 이후의 시간으로 나누어 3부로 구성했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앞서 출간한 두 권의 테마시집에서보다 젊어졌다. 한국시를 든든하게 떠받쳐온 중견 시인들의 무게는 여전하고, 등단 10년 안팎의 젊은 시인의 비중이 늘었다. 이들의 시 한 편 한 편이 다른 색채와 형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시마다 딸려 있는 짤막한 시작 메모도 이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눈길을 끈다. 짧게는 한두 줄에서 길게는 원고지 1매 분량의 이 메모를 통해 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시인의 마음, 주제에 대한 사유를 읽을 수 있으며, 그 자체로 또 한 편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
시와 함께 수록한 이담 서숙희 화백의 삽화 열여덟 점과 손글씨도 시집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삽화들은 시에 대한 시각적 해설 혹은 변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목매달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고요해지고 싶었다
“전생(前生)을 모르는 당신의 잠은 깊고/ 어제도 없이, 나는/ 이 먼 데까지 왔구나” (김병호, 「비밀의 정원」)
“당신이 내 그림자 안에 발을 들여놓자/ 계절 하나가 새로 태어났지” (이설야, 「무국적 바람)
“풋/ 풋/ 풋/ 성냥을 그었다/ 파도가 활활 탄다” (천수호, 「첫사랑」)
1부 ‘무국적 바람’에서는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현재를 노래한다. 어느 날 낯선 바람처럼 다가와 마음속에 박혀버린 한 사람, 떨림과 설렘이 일어나는 그 순간을 묘사하는가 하면, 사랑에 빠진 청춘의 이상한 열기와 조바심과 불안까지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유현아 시인은 50년 전 봄밤에 핏기 없던 소녀의 볼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였던 “어머니의 첫사랑 아버지, 아버지의 첫 사람 어머니”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담아낸다(「봄밤, 첫 사람」). 서춘희 시인은 “사람은 사랑을 하고/ 지극히 사람이 되려 하는 것”이라며 기어이 서로에게 잠겨드는 연인을 그린다(「움직이는 발」). 이설야 시인에게 첫사랑은 “어느 해 불어닥친 무국적 바람”이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당신을 “다 받아 적지” 못하고, “당신을 건너다가” 발목이 삐기도 하는(「무국적 바람」). 배수연 시인은 밀랍으로 된 욕조를 타고 떠내려가는 연인의 모습을 빌려 사랑의 한 장면을 신화적으로 형상화한다(「곰에서 왕으로 1」). 이승희 시인은 “빗방울처럼 목매달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고요해지고 싶었다”는 말로 “그냥 가만히 있어도 피가 뜨거워져서 견딜 수 없던 시절”의 아찔한 마음의 높이를 토로한다(「빗방울처럼」). 이처럼 누군가에게 첫사랑은 “파도 끝에 불을 붙인 첫 불장난”(천수호, 「첫사랑」 시작 메모)이며, “여기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승희 시작 메모)이다.
가장 사랑했던 이유가 이별의 이유가 되고 있었다
“사랑이 아니고야 누가 눈물을 피우겠는가” (김해자, 「순간의 꽃」)
“네게서 멀어지는 길이든 네게로 달려가는 길이든/ 난 이렇게 전속력인걸” (박완호, 「나는 전속력이다」)
“우리는 울기도 전에/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을 썼습니다“ (이영주, 「빈 화분」)
2부 ‘첫눈의 소실점’에서는 사랑의 끝, 이별의 아픔, 떠나보낸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담은 시들이 주로 소개된다. 우리가 첫사랑을 말할 때, 대체로 거기에는 지나간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거나, 서툴렀던 마음과 우호적이지 않았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시들이 빠질 수 없다.
헤어지던 날, “당신을 조금만 베려다가/ 그만 제 심장을 먼저 베고야 만/ 소녀”는 세월이 지나 저물녘 연못 공원에 서 “띄엄띄엄 뛰는 심장 위에 주름진 손을 얹고 있”다(김경인, 「연못 공원」). “고백보다는 매혹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스무 살의 시간이 “하수구로 떠내려”간 지금,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자란 것이 없다”(이영주, 「빈 화분」).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불시착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건만 행복에 대해 가난했고,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 않고 떠났으면서/ 너무 미안하다 말하려 너를 서성”인다(이현호,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이렇게 “당신을 떠도는 전부가/ 맥락 없이 쌓이는 발자국이라니”, “사랑하는 이유와 이별하는 이유가/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황종권, 「첫눈의 소설점」). “잊은 듯 지내다가도 누가/ 묻기만 하면 덧나는” 기억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생에 당신을 잊기는 그른 것 같다(유기택, 「누가 첫사랑을 묻거든」). 하여 스물 몇 살 천둥벌거숭이 시절의 너와 나는 “영원 속 한 조각 거품”으로 “늘 지금 처음처럼 재생”된다(김해자, 「순간의 꽃」).
첫 번째로 사랑했다는 건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잘 살고 있어요/ 아직도,/ 사월이 꽃잎처럼 펄럭이면/ 그리운 바람이 불어요” (윤진화, 「사월」)
“아직 그 꽃에 불을 댕기는 이여// 또 한 번 데는 이여” (이규리, 「목련」)
“새가 우네// 서늘한 대들보 아래서/ 내다보네” (장석남, 「첫사람」)
3부 ‘봄의 제전’은 ‘당신’은 없고 당신에 대한 기억으로 나날의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 ‘나’의 모습을 담은 시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서 첫사랑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이면서 영원한 현재다. 부재하는 당신은 문득문득 자명한 현존으로 다가오며, “영원히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어떤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
박소란 시인은 손을 씻는 사소한 일상의 행위에서도 “내 사랑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온수」 시작 메모)을 느낀다. 권현형 시인은 “누구는 순간이라 부르고// 누구는 영원이라 부르는/ 모든 계절의 날개를 어느 하루를” 잊지 못한다(「네가 없어도 다정한 방」). 서윤후 시인은 끝내 닿지 않으려는 “사랑의 마지막 힘”과 그럼에도 질기게 이어지는 기다림을 “만나기로 약속한 광장의 조형물이 되는 일”에 비유하고(「곡우에 온다는 말」), 조용미 시인은 차례도 없이 한꺼번에 피어난 봄꽃을 보며 “당신이 가까이 있는 듯한 이 무시무시한 幻을 어떻게 쳐부수어야 하나”(조용미, 「봄의 제전」) 하고 호소한다. 박시하 시인은 “첫 번째로 사랑했다는 건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낡았다는 건,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뜻”이라며 “순순히/ 깨어진 사랑을 바라”본다(「낡은 첫 밤의 노래」).
그런가 하면 장석남 시인은 초여름의 빛 속에서 “문득 새소리로 오는 첫사랑의 먼 그림자를 내다”(「첫사람」 시작 메모)본다. 그리하여 “첫사랑은 없습니다. 모든 지나간 사랑이 첫사랑이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랑도 첫사랑일 것입니다. 봄이 오듯 첫사랑이 오고 가고 또 올 겁니다”라는 아포리즘에 도달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상의 모든 것들/ 그 앞에 서면 다시 첫, 사랑입니다”는 이설야 시인의 진술과도 겹쳐진다. 이들에게 화답하듯 함민복 시인은 “온 세상에/ 어린 것들 가득한 봄날”의 새싹과 꽃잎 한 장이 바로 첫사랑의 “떨림”이라 전한다.
봄이 오듯 첫사랑이 오고 가고 또 올 것이다!
그 앞에 서면 다시 첫, 사랑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9인이 ‘첫사랑’을 테마로 쓴 신작 시 49편을 엮은 시집 『너의 눈동자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어머니’를 테마로 엮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2015)와 ‘아버지’를 테마로 한 『굽은 길들이 반짝이여 흘러갔다』(2016)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테마시집이다.
나무에 푸른 물이 돌고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던 4월 초에 출판사는 49명의 시인에게 첫사랑을 주제로 신작 시를 청탁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속속 도착한 시들은 놀랍도록 다채롭고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생생했다. 여기에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두근거림이 있었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열망와 격정이 있었으며,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이별의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무수한 계절을 보내고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자 환(幻), “영원히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어떤 무늬”로 피어나는 ‘첫 사람’이 있었다. 봄날에 쓰인 시들인 만큼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상념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낸 시가 여럿 보인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이 시들을 크게 사랑의 시작, 끝, 그 이후의 시간으로 나누어 3부로 구성했다.
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앞서 출간한 두 권의 테마시집에서보다 젊어졌다. 한국시를 든든하게 떠받쳐온 중견 시인들의 무게는 여전하고, 등단 10년 안팎의 젊은 시인의 비중이 늘었다. 이들의 시 한 편 한 편이 다른 색채와 형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시마다 딸려 있는 짤막한 시작 메모도 이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눈길을 끈다. 짧게는 한두 줄에서 길게는 원고지 1매 분량의 이 메모를 통해 시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시인의 마음, 주제에 대한 사유를 읽을 수 있으며, 그 자체로 또 한 편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
시와 함께 수록한 이담 서숙희 화백의 삽화 열여덟 점과 손글씨도 시집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삽화들은 시에 대한 시각적 해설 혹은 변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목매달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고요해지고 싶었다
“전생(前生)을 모르는 당신의 잠은 깊고/ 어제도 없이, 나는/ 이 먼 데까지 왔구나” (김병호, 「비밀의 정원」)
“당신이 내 그림자 안에 발을 들여놓자/ 계절 하나가 새로 태어났지” (이설야, 「무국적 바람)
“풋/ 풋/ 풋/ 성냥을 그었다/ 파도가 활활 탄다” (천수호, 「첫사랑」)
1부 ‘무국적 바람’에서는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현재를 노래한다. 어느 날 낯선 바람처럼 다가와 마음속에 박혀버린 한 사람, 떨림과 설렘이 일어나는 그 순간을 묘사하는가 하면, 사랑에 빠진 청춘의 이상한 열기와 조바심과 불안까지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유현아 시인은 50년 전 봄밤에 핏기 없던 소녀의 볼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였던 “어머니의 첫사랑 아버지, 아버지의 첫 사람 어머니”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담아낸다(「봄밤, 첫 사람」). 서춘희 시인은 “사람은 사랑을 하고/ 지극히 사람이 되려 하는 것”이라며 기어이 서로에게 잠겨드는 연인을 그린다(「움직이는 발」). 이설야 시인에게 첫사랑은 “어느 해 불어닥친 무국적 바람”이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당신을 “다 받아 적지” 못하고, “당신을 건너다가” 발목이 삐기도 하는(「무국적 바람」). 배수연 시인은 밀랍으로 된 욕조를 타고 떠내려가는 연인의 모습을 빌려 사랑의 한 장면을 신화적으로 형상화한다(「곰에서 왕으로 1」). 이승희 시인은 “빗방울처럼 목매달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싶었다 빗방울처럼 고요해지고 싶었다”는 말로 “그냥 가만히 있어도 피가 뜨거워져서 견딜 수 없던 시절”의 아찔한 마음의 높이를 토로한다(「빗방울처럼」). 이처럼 누군가에게 첫사랑은 “파도 끝에 불을 붙인 첫 불장난”(천수호, 「첫사랑」 시작 메모)이며, “여기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승희 시작 메모)이다.
가장 사랑했던 이유가 이별의 이유가 되고 있었다
“사랑이 아니고야 누가 눈물을 피우겠는가” (김해자, 「순간의 꽃」)
“네게서 멀어지는 길이든 네게로 달려가는 길이든/ 난 이렇게 전속력인걸” (박완호, 「나는 전속력이다」)
“우리는 울기도 전에/ 따뜻하고 다정한 말들을 썼습니다“ (이영주, 「빈 화분」)
2부 ‘첫눈의 소실점’에서는 사랑의 끝, 이별의 아픔, 떠나보낸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담은 시들이 주로 소개된다. 우리가 첫사랑을 말할 때, 대체로 거기에는 지나간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거나, 서툴렀던 마음과 우호적이지 않았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시들이 빠질 수 없다.
헤어지던 날, “당신을 조금만 베려다가/ 그만 제 심장을 먼저 베고야 만/ 소녀”는 세월이 지나 저물녘 연못 공원에 서 “띄엄띄엄 뛰는 심장 위에 주름진 손을 얹고 있”다(김경인, 「연못 공원」). “고백보다는 매혹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스무 살의 시간이 “하수구로 떠내려”간 지금,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자란 것이 없다”(이영주, 「빈 화분」).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불시착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건만 행복에 대해 가난했고,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 않고 떠났으면서/ 너무 미안하다 말하려 너를 서성”인다(이현호,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이렇게 “당신을 떠도는 전부가/ 맥락 없이 쌓이는 발자국이라니”, “사랑하는 이유와 이별하는 이유가/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황종권, 「첫눈의 소설점」). “잊은 듯 지내다가도 누가/ 묻기만 하면 덧나는” 기억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생에 당신을 잊기는 그른 것 같다(유기택, 「누가 첫사랑을 묻거든」). 하여 스물 몇 살 천둥벌거숭이 시절의 너와 나는 “영원 속 한 조각 거품”으로 “늘 지금 처음처럼 재생”된다(김해자, 「순간의 꽃」).
첫 번째로 사랑했다는 건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잘 살고 있어요/ 아직도,/ 사월이 꽃잎처럼 펄럭이면/ 그리운 바람이 불어요” (윤진화, 「사월」)
“아직 그 꽃에 불을 댕기는 이여// 또 한 번 데는 이여” (이규리, 「목련」)
“새가 우네// 서늘한 대들보 아래서/ 내다보네” (장석남, 「첫사람」)
3부 ‘봄의 제전’은 ‘당신’은 없고 당신에 대한 기억으로 나날의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 ‘나’의 모습을 담은 시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서 첫사랑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이면서 영원한 현재다. 부재하는 당신은 문득문득 자명한 현존으로 다가오며, “영원히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어떤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
박소란 시인은 손을 씻는 사소한 일상의 행위에서도 “내 사랑이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온수」 시작 메모)을 느낀다. 권현형 시인은 “누구는 순간이라 부르고// 누구는 영원이라 부르는/ 모든 계절의 날개를 어느 하루를” 잊지 못한다(「네가 없어도 다정한 방」). 서윤후 시인은 끝내 닿지 않으려는 “사랑의 마지막 힘”과 그럼에도 질기게 이어지는 기다림을 “만나기로 약속한 광장의 조형물이 되는 일”에 비유하고(「곡우에 온다는 말」), 조용미 시인은 차례도 없이 한꺼번에 피어난 봄꽃을 보며 “당신이 가까이 있는 듯한 이 무시무시한 幻을 어떻게 쳐부수어야 하나”(조용미, 「봄의 제전」) 하고 호소한다. 박시하 시인은 “첫 번째로 사랑했다는 건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낡았다는 건,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뜻”이라며 “순순히/ 깨어진 사랑을 바라”본다(「낡은 첫 밤의 노래」).
그런가 하면 장석남 시인은 초여름의 빛 속에서 “문득 새소리로 오는 첫사랑의 먼 그림자를 내다”(「첫사람」 시작 메모)본다. 그리하여 “첫사랑은 없습니다. 모든 지나간 사랑이 첫사랑이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랑도 첫사랑일 것입니다. 봄이 오듯 첫사랑이 오고 가고 또 올 겁니다”라는 아포리즘에 도달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상의 모든 것들/ 그 앞에 서면 다시 첫, 사랑입니다”는 이설야 시인의 진술과도 겹쳐진다. 이들에게 화답하듯 함민복 시인은 “온 세상에/ 어린 것들 가득한 봄날”의 새싹과 꽃잎 한 장이 바로 첫사랑의 “떨림”이라 전한다.
봄이 오듯 첫사랑이 오고 가고 또 올 것이다!
목차
1부 무국적 바람
비밀의 정원_김병호
푸른 옷소매_김연숙
온실을 지나_김이듬
바라보다가 문득,_박경희
튀김집 그 아이_박철
곰에서 왕으로 1_배수연
움직이는 발_서춘희
맨드라미_유계영
봄밤, 첫 사람_유현아
무국적 바람_이설야
빗방울처럼_이승희
경아_이재훈
밤비_이진욱
할미꽃_정병근
첫사랑_천수호
첫 마음_하상만
2부 첫눈의 소실점
첫사랑_강신애
연못 공원_김경인
라이터 소년_김경후
순간의 꽃_김해자
나는 전속력이다_박완호
이젠 잊기로 해요_백인덕
다시, 그리운 그대_오민석
누가 첫사랑을 묻거든_유기택
빈 화분_이영주
해인사 통신_이우근
개굴개굴_이정록
첫사랑_이창수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_이현호
장터거리 순심이_이호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_이훤
그믐달_정성욱
전설_조현석
첫눈의 소실점_황종권
3부 봄의 제전
여우비_권선희
네가 없어도 다정한 방_권현형
첫사랑 청탁이 왔어요_김도연
옥수수버터구이_김은경
연희, 그 방_김정수
사월 편지_문형렬
온수_박소란
낡은 첫 밤의 노래_박시하
곡우(穀雨)에 온다는 말_서윤후
최선_손미
사월_윤진화
목련_이규리
첫사람_장석남
봄의 제전_조용미
편지_함민복
시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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