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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4033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0-10-19
책 소개
목차
17. 홀리다
18. 함께하다
19. 맞붙다
20. 맞이하다
외전 1. 나아가다
외전 2. 절망하다
외전 3. 안락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요, 그럼 당신은 당신의 방법대로 싸워요. 억지로 말리지 않을 테니.”
루드베키아의 눈빛에 약간의 우려가 스몄다. 순순히 물러서는 태도와 달리, 칼미아의 안색엔 사뭇 서늘한 감정이 서려 있는 탓이었다.
“대신 당신도 나 막지 마요. 난 내식대로 할 거예요.”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루드베키아의 물음에 칼미아가 입술을 뒤틀었다. 울화가 치밀수록 도리어 안색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루드베키아는 경악스러운 인명 피해에 가장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신이 우선이라, 이름 모를 그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제 사람들이 다친 게 더 화났다. 언제나 당당하던 페리시카가 저리 충격을 받은 꼴이 답답하고, 진짜 평민들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제 연인이 저런 허황한 쇼에 떠밀려 응당 받아야 할 칭송을 받지 못하는 게 억울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크로커스는 제 혈통에 민감한 만큼이나, 제 이미지 관리에 힘을 쓰는 사내였다. 정통성을 가지지 못했으니 민심을 등에 업겠다는 심산이었다. 이번의 이 엄청난 사건으로 그는 백성들의 지지를 업고 왕녀의 이미지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려 할 것이다. 스토로니 역시 그것을 위해 자신이 아는 온갖 간교한 지식을 동원하려 들 테고.
다만 그가 모르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칼미아가 그의 곁에서 이전 생을 살고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위험한 짓을 할 작정이라면…….”
“알다시피, 나 내려다보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혼자는 안 올라가. 기생충 새끼를 밟아 버리고, 당신이랑 오붓하게 올라가야겠어요.”
루드베키아는 침묵했다. 그러나 표정은 퍽 딱딱했다. 그녀를 더 말리지도 못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그는 제 몸을 전혀 돌보지 않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속상함과 짜증이 뒤섞인 눈초리로 루드베키아의 얼굴을 노려보던 칼미아가 손을 뻗어 그의 옆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퍽 다정한 손길과 달리, 튀어나오는 목소리는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회의가 시작되면, 저들은 분명 왕자가 수도의 치안을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거예요. 몰리 백작을 비롯한 모든 이쪽 사람들은 그걸 결사적으로 막으려 들 테고.”
루드베키아가 조용히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를 향해, 칼미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건넸다.
“하지만 당신은 공포에 질린 민심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겠죠.”
“제가 침묵하길 바랍니까?”
“아니요, 당신 신념대로 해요. 말했잖아요. 당신 방법대로 싸우라고. 왕자에게 수도 치안을 넘겨줘요. 평민들이 그걸 바랄 테니까.”
“무슨 짓을 할 건지 말 안 해 주실 겁니까?”
상황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진득하게 키스라도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자 사내의 굳게 다문 입술에 절로 시선이 갔다. 간밤의 고생 때문인지 건조하게 부르터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적의가 불타올랐다. 엄지로 거친 입술을 살살 쓸어내리던 칼미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웅을 왕으로 만들 거예요.”
그토록 왕이 되고 싶다니, 그럼 그렇게 만들어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