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5474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1-12-06
책 소개
목차
序章
一
二
三
四
五
六
七
八
九
十
十一
十二
外傳. 一
外傳. 二
外傳. 三
外傳. 四
外傳. 五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 생지옥을 거니는 사내의 걸음은 마치 달구경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웠고 붉은 입술엔 고요한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어찌나 깊은 곳에 숨겨 놓았는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읊조린 그는 겹겹이 닫힌 다섯 개의 장지문을 열고 또 열었다. 마지막 문은 그의 길고 수려한 손에 의해 부서지듯 아가리를 벌렸다.
아직 그의 요기가 미치지 않은 공주의 처소는 소담하고 아늑했다. 겁에 질려 파르르 떨리는 숨소리가 처소에 색색 울렸다. 그는 병풍 앞에 위태롭게 앉은 여인을 보며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술을 적셨다. 바들바들 경련하는 여인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천천히 자세를 낮추어 앉았다.
“아주 곱게 자라셨습니다.”
예를 차린 나긋한 어투와 달리 그의 긴 손가락은 떨림을 참으려 앙다문 여인의 턱을 가벼이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 그득 고여 있던 눈물이 아래로 톡톡 떨어졌다.
그는 창백하게 질린 여인의 얼굴을 어딘지 미묘한 눈빛으로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엄지로 그녀의 눈가를 느리게 쓸어 내며 눈웃음 지었다.
“아실지 모르겠으나, 그대는 어미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부터 저의 것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린 산의 바람같이 낮고도 선선한 목소리가 여인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대의 늙은 아비가 나와의 약조를 모른 척하지만 않았어도 진작 이 품에 있었을 몸이란 말입니다.”
귀인을 대하듯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으나 그의 하얀 얼굴에 튄 핏자국은 불온하기만 하였다. 푸르게 물결치는 사내의 비단 옷자락에도 살육의 흔적이 피와 살점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물기 어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는 손등으로 여인의 젖은 뺨을 느리게 어루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