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5726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22-04-12
책 소개
목차
09
10
11
12
13
14
외전 1. 돌이킬 수 없는
외전 2. 후일담
저자소개
책속에서
감히 어떤 자가 황자를 노린단 말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살바토르 공작이었다. 자신에게 친부 대접을 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니, 황후의 아비로라도 대하라 선심 쓰듯 말하던 그자. 다른 이일 가능성 또한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 당장 의심이 가는 것은 역시나 그자였다.
“내 잘못입니다, 테네르.”
“…….”
“내가 조슈아를 두고 성을 비워서, 그래서…….”
“절 쫓아오신 것뿐인데, 그게 어떻게 폐하의 잘못일까요.”
후회하는 것은 테네르도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어미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제 욕심 채우겠다고 오라비에게 조슈아를 맡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그러나 책망하고 자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테네르는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한 이들이었다.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전과 같은 이들일까요?”
“…….”
“제게도……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조심스레 물었지만, 레온하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 것인가. 테네르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한 자들입니다. 그런데 왜 제게는 아무 말도…….”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테네르.”
“절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했던 게 바로 자신이었지만, 우습게도 지금의 그녀가 가장 매달릴 수 있는 건 바로 그 말이었다.
“설령 그 말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절 정말로 황후라고 생각하신다면 작은 단서 하나라도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나요?”
이미 한 차례의 습격을 경험했으면서도, 테네르는 그들에 대해 물은 적이 없었다. 레온하르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황제로서 황자인 조슈아와 황후인 자신을 지켜 내리라 믿었기에.
그러나 자작 성에 있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나. 심지어 운 좋게 아무도 다치지 않았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오라비가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바토르 공작인가요?”
“…….”
“저와 조슈아를 없애고 공녀를 황후에 올리기 위해서 그런 건가요?”
반쯤 확신에 찬 물음이었다. 레온하르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황궁에 도착하기 전에 그자의 손발을 묶어 둘 수 있습니다. 더는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날 믿고…….”
“제가 폐하를 따르는 것은, 폐하께서 저와 조슈아를, 오라버니를 지켜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테네르가 그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가 안전을 확보해 주지 않는다면 그의 곁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그런데 누가, 왜 아이를 노리는지조차 말씀해 주지 않으시면, 제가 어떻게 폐하를 계속 믿을 수 있을까요.”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레온하르트가 얼굴을 성마르게 쓸었다.
“제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 있나요?”
정곡을 찌르는 말에 레온하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만으로도 테네르는 천천히 머리를 주억거렸다.
“……제가 주제넘은 것을 물은 모양입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왜…….”
테네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레온하르트는 말할 수 없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한단 말인가. 아이작 살바토르가 왜 제 딸을 황후로 밀어 넣으려 하는지, 왜 자신이 그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굴었는지, 제 어미를 철석같이 믿고 있을 그녀에게 어떻게 말한다고.
미심쩍은 구석을 발견할 작은 빌미 하나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모르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어차피 없던 일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