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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5085735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06-30
책 소개
목차
서문
| 1장 | 봉별기
| 2장 | 권태
| 3장 | 날개
| 4장 | 동경
| 5장 | 지도의 암실
| 6장 | 동해
저자소개
책속에서
스물세 살이요 - 삼월이요 -
각혈이다.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 제 지어 들고 B라는 신개지(新開地)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아직 기를 펴지 못한 청춘이 약탕관을 붙들고 늘어져서는 날 살리라고 보채는 것은 어찌하는 수가 없다. 여관 한등(寒燈) 아래 밤이면 나는 늘 억울해했다.
사흘을 못 참고 기어이 나는 여관 주인영감을 앞장세워 밤에 장고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錦紅) 1)이다.
--- “봉별기” 중에서
최 서방은 들에 나갔다. 최 서방네 사랑에는 아무도 없나 보다. 최 서방의 조카가 낮잠을 잔다. 아하, 내가 아침을 먹은 것은 10시나 지난 후니까 최서방의 조카로서는 낮잠 잘 시간에 틀림없다.
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 가지고 장기를 한판 벌이기로 한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와 장기 둔다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낫지. 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밖에 없다.
--- “권태” 중에서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 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정신이 제멋대로 노는 사람)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 만을 영수(받아들이는)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일체의 행위)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 “날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