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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영애씨

갱년기 영애씨

박수서 (지은이)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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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영애씨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갱년기 영애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150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0-06-10

책 소개

현대시세계 시인선 115권.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데뷔한 후 '시와창작문학상'을 수상했던 박수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주요 소재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프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시들이 많다.

목차

1부
주문진항 · 13
신용리 포장마차 · 14
봄, 드로잉 · 16
민주지산 · 17
십팔 년 · 18
마흔일곱 · 19
벚꽃을 읽는 일은 · 20
매화꽃 필 무렵 · 21
천장 · 22
애기메꽃 · 23
가위 · 24
구멍난 영주씨 · 26
그런 적 있지 · 28
벌새 · 30

2부
꽃피는 사과나무에게 · 33
곡우 · 34
학소암 · 35
기쁨에게 · 36
해국 · 37
갱년기 영애씨 · 38
동네삼류뽕짝시인 · 41
자운영 · 42
순태젓 · 44
공덕 · 46
꽃마차 타러 가자 · 48
무주 · 50
사월 · 52
구름의 방향 · 54

3부
걱정 · 57
호두나무꽃 · 58
나무의자 · 60
열이라는 숫자 · 61
멀리 있는 그대가 내 옆에 함께 앉아 있는 날은 · 62
명절 음식 · 63
삶 · 64
고라니 장례식장 · 65
다 커버린 어린이날 · 66
시를 쓰는 이유 · 67
박쥐 12 · 68
RC카 · 70
둘째딸 영희씨 · 72
입하 · 74

4부
그 여름 · 79
변산바람꽃 · 80
뜨거운 것 · 81
햄버거를 사주는 이유 · 82
마츠시게 유타카 · 84
분홍 소시지 · 86
독수리 사형제 · 87
장녹 · 88
방어 · 90
무주공용버스터미널 남자화장실 · 92
정읍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 93
쓸데없이 헤프거나 막된 · 94
기다림에 대하여 · 96
익숙해지는 것 · 97

발문 능수능란한 ‘모노드라마 시’를 쓰는 수서씨 / 김영주 · 98

저자소개

박수서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4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2003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마구간 507호’외 2편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박쥐』,『공포백작』,『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해물짬뽕 집』,『갱년기 영애씨』,『내 심장에 선인장 꽃이 피어서』 등. 사랑시집으로『이 꽃 지고 그대 떠나도』를 썼다. 시와창작 문학상을 수상했다. 서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갱년기 영애씨
--
젊어서는 졸려 죽것도만
나이 먹응게 잠을 못 자 죽것네잉
갓난이 때 하루 죙일 잤응게 인자
잠도 애껴서 팍팍 쓰라는
하늘의 뜻잉게벼, 꼼지락꼼지락
눈 뜨고 누워 있다봉게 새복에 포도시 잤당게
날이면 날마다 오시는거시 단골손님 아니고
피곤이여 피곤, 참 피곤햐
여기저기 후끈 달아오르고
겨드랑이서 등짝서 거시기서 땀만 오살하게 나고
니미럴 이놈의 장사도 인자 대근혀서 못허것어
주방아줌마 노는 날은 주방 일까지 허느라 그야말로 파김치여
내일이 가게 휴일이라 마감치고 새복 두 시에 술 먹자고
이놈 저년한테 말했다가 완전 다 까였당게
깨방정 떨며 새벽까지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디
나도 옛날에는 윤석화 닮았다고 개 목줄처럼 질게
머시메들이 코피 한 잔 허자고 마른 설탕처럼 달라붙었는디
참 빨리 늙네
끓는 물에 넣자마자 붉어지는 새우맹키로
갱년기까지 와번져서 인자 연애도 못할거고만
글도 나가 시방까지 배우여 배우
나 서울예전 나온 여자여
허고 싶은 공연헐라고 서울 년이 뭔 오살랐다고
전주까지 와서 힘들게 장사험서 개털 빠지게 살았는디
참, 인자 나도 전주년 다 됐구만
엊그제는 영업 끝나는 시간까지
예술만으로도 돈 많이 번다고 자랑하시던 미술가 양반
외상이야 하고 나가버리는겨
일년에 한두 번 얼굴 보기 힘든 예술가님 땀시 기운빠지네 허다
감감히 생각혀봉게 그것이 다 예술이 잘못헌 거지
사람이 뭔 잘못이여
그나저나 이번에 나가 신경 써가고 겁나게 연구해서
백종원 맹키는 못혀도 맛난 신메뉴 하나 만들었당게
얼큰짬뽕순두부, 먹다 죽어도 모를 맛이여
긍게 한번 들러 예술적으로다가 술 한 잔씩 허고 가시랑게
뭐, 전주바닥에서 중화산동 ‘꽃마차’ 허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당게
으메, 저놈의 주방 처다만 봐도 땀나 죽것네 죽것어
--


구멍난 영주씨
--
우리 남편 작년 늦가을부터
병원 안 간다고 버텼어
그러다 위에 구멍이 나서
새벽에 데굴데굴 구르다 구급차 실려갔어
내가 보호자라고 안 했으면 노숙자인 줄 알았대나
수술하고 세상 처음으로 위내시경이란 걸 했는데
죽을 뻔했대
죽는 게 소원이라고 겨울 동안
내 속을 냉동창고로 만들어놓더니
봄에는 자살한다고 낭떠러지에 서서 하나, 둘, 셋
나 죽는다 깡부리다, 돌부리에 걸려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거야
참, 웃기지도 않지
사람 진짜 마음은 뭘까?
아마 똥보다도 지저분하고 더러울 거야
나 참, 똥은 거름으로라도 쓰지
나불나불 입으로는 죽고살기 뿐이겠어
우주선 만들어 달나라에 가서 토끼 밥그릇이라도 뺏어오겠지
저 봐, 지금도 밥그릇 박박 긁으며 처먹는 거
당신 위에 구멍났지
나는 영웅본색 라스트신에 나오는 주윤발 오빠처럼
따발총으로 바바리코트가 걸레가 되도록 구멍났거든
--


둘째딸 영희씨
--
우리 집은 딸만 셋이야
첫딸은 살림밑천이고, 셋째는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데
난 둘째야
살면서 언니에게 치이고 동생 대신 욕 얻어먹고
울 아버진 맨날 언니한테 잘하라고 해
동생한테도 좀 잘하라고 하고
나 얼마 전에 엄마한테 막 소리 지르고 울었어
왜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없고 나만 잘해줘야만 하냐고
그날 밤 울 엄마 아버지 밤새 싸웠대
엄마는 날 새고 흰 알처럼 펑펑 울고
아버지는 꼬박 그 울음소리 다 떠먹고 있다
새벽닭처럼 벼슬 올리고 사뿐사뿐 와서는 그제야 미안하다고 말했대
요즘 너무너무 힘들어서 엄마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데
나 참, 나쁜 년이지
오랜만에 목소리 듣자마자 로켓처럼 퍼부어댔으니
어제 엄마한테 철없이 말해서 미안하다 했더니
울 엄마 괜찮다고 그렇게라도 쏟아내야 네가 살지 그러대
그런데 나도 몰랐는데,
울 아버지 언니에게 항상 동생한테 잘하라 한대
동생에게는 언니한테 잘하라 하고
자식새끼 다 키우고 환갑이 다 됐는데도
아직도 부모 마음을 모르네
그렇다고 자식 마음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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