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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5348328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물빛 푸를 린
후일담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사하렴. 이 어미의 오랜 벗이란다.
‘벗’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바라본 곳에는 바다가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있었고, 닿지 못할 온기가,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있었다.
어여쁘지?
눈도 떼지 못하고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찬란하게 부서지는 빛무리는 과연 어여쁘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였다.
아버지께는 비밀.
가늘고 긴 손가락이 입술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쉿, 이어지는 웃음기 띤 목소리에 채희는 누가 발바닥이라도 간지럽힌 것처럼 몸을 배배 꼬며 함께 웃었다. 비밀.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신비롭게 만들어주는 단어였다.
“다들 정말 너무해. 다른 것도 아니고 혼인이잖아! 내 평생이 걸린 일이라고! 근데 왜 내 얘긴 아무도 안 들어주는 거야?”
“그래요. 말 나온 김에 들어나 봅시다.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이라는 자리가 대체 왜 싫으신데요?”
때마침 두 사람을 마중 나오던 동자가 점점 높아지는 언성에 그대로 멈춰 섰다. 먼저 올라와 짐을 풀던 지게꾼들이나 행자들도 어느덧 이들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채희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말생은 양손까지 허리에 올리며 그것 보라는 듯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다들 놀란 와중에 채희만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턱을 치켜든 채 외쳤다.
“못생겼어!”
“그야 사람이 좀! ……네? 그 얼굴이요?”
“응. 이목구비가 아주…… 제멋대로야.”
“저, 저기요.”
용기 내어 어깨를 툭 건드리자 의식이 없는 줄만 알았던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하얗고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카악 하고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주춤 물러선 채희가 자신을 매섭게 올려다보는 두 눈에 잠시 넋을 놓았다. 아이의 눈은 바다를 콕 찍어 발라놓은 것 같은 푸른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상처들에 피와 모래가 뒤엉켜 엉망이 되었음에도 순간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눈과 얼굴에 머물던 시선이 헐벗은 상체를 지나 물고기처럼 비늘로 덮여 있는 하체에까지 닿았을 때, 채희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