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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개정판)

김수지 (지은이)
도서출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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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개정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6400377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3-10-26

책 소개

김수지 소설. 그의 심장이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팔딱거렸다.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그의 안에 자리한 고독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가 얼마나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

목차

Prologue
1~14장
Epilogue
Another story. 폭염
작가의 말

저자소개

김수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취미는 요리와 독서입니다. 살짝 인터넷 중독이고요. 살짝 활자 중독이고, 정말 살짝 카페인 중독입니다. 집순이 기질이 있어서 혼자 노는 기술이 발달해 있습니다. 그 덕에 취미도 많아지고 관심사도 넓어졌지만, 어째서인지 집에서는 저를 조금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외출한다고 하면 왠지 기뻐하는 기색입니다. [출간작] 미온의 연인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봉루 희란국연가 크라임 오브 크라임(crime of crime) 상수리나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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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녀는 조심조심 몸을 숙였다. 하지만 무단 투기된 가구 뒤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 동물이 아니었다.
‘인형?’
순간 마네킹이나 실물 크기의 비스크 인형 같은 게 버려져 있는 줄 알았다. 눈이 소복이 쌓인 희미한 빛깔의 머리칼이 깜빡이는 불빛 아래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더욱 낮게 기울여, 무릎 위에 한쪽 얼굴을 기댄 채 쪼그려 앉아 있는 앳된 얼굴의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
인간미 없게 느껴질 정도로 단정하고 창백한 얼굴에서 초점 없는 눈동자가 천천히 위를 향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조카의 돌피 인형을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예쁘지만 지나치게 정교해서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지던 인형을 연상시키는 얼굴…….
길게 내리깐 속눈썹 아래 자리한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버려진 인형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주저하다 그의 팔을 슬쩍 건드렸다.
“이봐요. 왜 여기 이러고…….”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입을 다물었다. 꺼질 듯이 초점 없는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핏기 하나 없는 입술과 얼어붙은 맨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기함했다.
앳된 얼굴의 그 남자는 단추가 다 떨어지다 못해 소매가 찢어져 반쯤 덜렁거리는 셔츠 차림이었고, 아래에도 무릎 부분이 해어진 청바지 한 벌만 입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신발도 한쪽 발에만 신고 있었고, 그나마도 낡아 빠져 보온이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거기에 셔츠 사이로 드러난 파리한 피부 위에는 할퀸 자국과 울긋불긋한 울혈이 빼곡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턱 밑에도 희미하게 멍 자국이 나 있었고, 입술 부근에도 검붉게 핏물이 배어 있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을 당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걸까?
주머니를 뒤적여 보았지만 설상가상 휴대전화도 두고 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순간, 그냥 모른 척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잠시 갈등하고 있는데, 텅 빈 듯 공허한 눈이 곧 그녀에게 관심을 잃은 듯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 무기력한 모습이 그녀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저기, 집이 어디예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죽어요.”
“…….”
“혹시 노숙자예요? 아니면 가출 청소년? 아무리 갈 데가 없어도 그렇지, 이러다 눈사람 되겠어요. 이 눈, 밤새 안 그칠 거라는데…….”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제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나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혹시 진짜로 위험한 상태인가?

(중략)

그가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자 그 묘한 회갈색 눈동자 위에 그늘이 드리워지며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기 없어 보여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현수는 아무런 감정도, 심지어는 경계심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마네킹과 입을 맞춘 것 같았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고마워서요.”
남자의 목소리는 여태까지 중 가장 차분했다.
낭창낭창한 몸이 그녀를 향해 유연하게 구부러졌고, 현수는 싱크대 앞까지 밀려났다.
그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가 뗐다. 그러더니 혀를 내밀어 벌어진 입 안으로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가 빼고는 마치 반응을 살피듯이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도와주셨으니까……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보답의 키스다?”
“……이걸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죠? 더한 것도 해 줄 수 있어요. 같이…… 자 드릴까요? 잘해 드릴게요.”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투명한 눈동자 위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딱히 빈정거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부담스러운 호의를 갚고 마음이 편해지고 싶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듯 가만히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러자 대답이 없는 것을 예스라는 뜻으로 이해했는지, 남자가 한 손으로 그녀의 추리닝 지퍼를 주욱 내리고는 얇은 면 티셔츠 위로 봉긋한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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