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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91166850325
· 쪽수 : 624쪽
· 출판일 : 2021-12-30
책 소개
목차
▪서문: 말소리의 세계
제1장 언어와 말소리
1. 음성과 음향
2. 말소리의 특성
3. 말소리의 생성 과정
3.1 발동
3.2 발성
3.3 조음
4. 조음 기관
제2장 자연 언어 말소리의 분류
1. 자음과 모음의 구분
2. 자음의 분류
2.1. 기류 기제에 의한 분류
2.2 성문 상태에 의한 분류
2.3 조음 위치에 따른 분류
2.4 조음 방법에 따른 분류
2.5 장애음의 음성적 유표성
2.5.1 조음 방법에서의 유표성
2.5.2 조음 위치에서의 유표성
3. 모음의 분류
3.1 단모음의 분류
3.1.1 모음의 높이
3.1.2 모음의 앞뒤 위치
3.1.3 입술의 둥근 정도
3.2 모음 공간과 기본 모음, 일반 모음
3.2.1 모음 공간과 기본 모음
3.2.2 모음 공간과 일반 모음
3.2 장모음과 비모음
3.2.1 장모음
3.2.2 비모음
제3장 자연 언어 자음 체계의 보편성 평가 내용과 기준
1. 음성적 보편성
1.1 음성적 보편성의 내용
1.1.1 자음 전체의 구성
1.1.2 장애음의 구성
1.1.3 공명음의 구성
1.1.4 정치성과 복잡성
1.2 자음 체계의 음성적 보편성 평가 내용과 기준
1.2.1 자음 체계의 음성적 보편성 평가 내용
1.2.2 자음 체계의 음성적 보편성 평가 기준
2. 음운적 보편성
2.1 음운적 보편성의 원리
2.1.1 자질의 분절음 결정 원리
2.1.2 자질 경제성 원리
2.1.3 유표적 자질 회피 원리
2.1.4 활성화 원리
2.1.5 음운적 강화의 원리
2.2 자음 체계의 음운적 보편성 평가 내용과 기준
2.2.1 자질 경제성 원리
2.2.2 유표적 자질 회피 원리
2.2.3 활성화 원리
2.2.4 음운적 강화의 원리
제4장 주요 언어 자음 체계의 보편성 분석
0. 분석 모형
1. 인도·유럽 어족
1.1 게르만 어군
[1] 독일어
[2] 영어
[3] 네덜란드어
1.2 이탈리아 어군
[4] 이탈리아어
[5] 프랑스어
[6] 스페인어
[7] 포르투갈어
[8] 루마니아어
1.3 슬라브 어군
[9] 러시아어
[10] 폴란드어
[11] 체코어
[12]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
1.4 인도·이란 어군
[13] 힌디·우르두어
[14] 페르시아어
2. 우랄 어족
[15] 헝가리어
[16] 핀란드어
3. 알타이 어족
[17] 터키어
[18] 몽골어
4. 중국·티베트 어족
[19] 중국어
[20] 버마어
5. 타이·카다이 어족
[21] 타이어
[22] 크메르어
6. 오스트로네시아 어족
[23] 말레이어
[24] 타갈로그어
7.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25] 아랍어
[26] 히브리어
[27] 하우사어
8. 니제르·콩고 어족
[28] 스와힐리어
9. 고립 어족
[29] 한국어
[30] 일본어
제5장 자연 언어 모음 체계의 보편성 평가 내용과 기준
1. 모음 목록의 크기에 따른 보편성
2. 모음 구성에 따른 보편성
2.1 단계성에 따른 보편성
2.2 균형성과 대칭성에 따른 보편성
3. 모음의 음성적 자질에 따른 보편성
3.1 저설성에 따른 보편성
3.2 전설성에 따른 보편성
3.3 원순성에 따른 보편성
4. 모음의 분포에 따른 보편성
4.1 기저 음소의 설정
4.1.1 주변부 모음과 기저 음소
4.1.2 중앙부 모음과 기저 음소
4.2 모음 분포 분석 기제의 적용
5. 장모음과 비모음
5.1 장모음과 모음 체계
5.2 비모음과 모음 체계
제6장 주요 언어 모음 체계의 보편성 분석
0. 분석 모형
1. 인도·유럽 어족
1.1 게르만 어군
[1] 독일어
[2] 영어
[3] 네덜란드어
1.2 이탈리아 어군
[4] 이탈리아어
[5] 프랑스어
[6] 스페인어
[7] 포르투갈어
[8] 루마니아어
1.3 슬라브 어군
[9] 러시아어
[10] 폴란드어
[11] 체코어
[12]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
1.4 인도·이란 어군
[13] 힌디·우르두어
[14] 페르시아어
2. 우랄 어족
[15] 헝가리어
[16] 핀란드어
3. 알타이 어족
[17] 터키어
[18] 몽골어
4. 중국·티베트 어족
[19] 중국어
[20] 버마어
5. 타이·카다이 어족
[21] 타이어
[22] 크메르어
6. 오스트로네시아 어족
[23] 말레이어
[24] 타갈로그어
7. 아프리카·아시아 어족
[25] 아랍어
[26] 히브리어
[27] 하우사어
8. 니제르·콩고 어족
[28] 스와힐리어
9. 고립 어족
[29] 한국어
[30] 일본어
제7장 맺음말
■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말소리의 세계
I.
우리 인간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누군가의 말대로 조금 아는 것을 빼고는 다 모른다. 과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그것이 정확한 사실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 자체가 생각 외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고, 그것을 통해 본질로 들어가는 길은 더 어려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예외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더 큰 질서 속에서 또 다른 체계를 구축하고 있을지 모른다.
음운 체계와 관련하여 볼 때 우리의 궁금증은 음운 체계는 왜 변하며 왜 언어마다 다른 모습의 변화를 보이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경우 ‘100여 년 전 우리말에 새롭게 들어온 전설 원순 모음 ’ㅟ’와 ‘ㅚ’는 왜 현 시점에서 단모음 목록에서 사라지려고 하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별개의 두 소리로 아무런 문제없이 존재하던 ‘ㅔ’와 ‘ㅐ’는 왜 하나로 통합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체계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이고, 그 변화는 어떤 모습을 향하여 가는 것일까?’(601쪽)와 같은 궁금증이 그런 의문에 해당한다.
어쩌면 근래에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진화생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관련 서적이나 기사를 보니 그 학문 분야에서는 “왜 코와 눈은 입 근처에 있을까?”와 같은 것이 궁금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코와 눈이 거기 아니면 어디 있을 수 있는데?’라는 상식적인 대답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제기하는 질문 자체가 꽤 도발적이었다. 그런데 먹기 전에 음식을 보기 위해서는 눈이 입 가까이 있는 것이 좋고, 음식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코도 입 가까이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는 대답에서는 ‘입’이나 ‘먹을 것’을 중심으로 한 해석과 함께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눈이나 코보다 입이 먼저 존재했음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생물의 진화에도 여러 형태의 제약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체보다 신체적 완성도가 높다는 인간이 날개를 갖지 못하는 이유도 유전적 제약 또는 계통적 제약 때문이고, 음식물을 삼킬 때 사레들리는 것도 입과 코, 식도와 기도의 위치가 서로 맞지 않은 제약 때문이라 설명한다(최재천 2009).
음운 체계의 변화 또는 진화에도 이와 같은 유전적 제약 또는 역사적 제약이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고 완벽하게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방향을 택하게 된다. 아래에 제시된 멕시코 남부 지역어인 Mazatek(Oto-Manguean 어군)과 같은 모음 체계를 대하게 되면 의아하면서도 놀라게 된다.
이 언어는 (1)에서와 같이 4개의 모음([i ɛ a o])을 가지고 있는 4모음 체계로 후설고모음([u])의 자리가 비어 있는 체계이다. 그런데 이 체계의 특이점은 전설과 후설의 중모음([ɛ]와 [o])의 높이가 맞지 않는 비대칭 체계(skewed system)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문점은 왜 두 중모음이 비대칭이며, 또 비대칭이어야 한다면 왜 후설 중모음([o])이 전설 중모음([ɛ])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모음 체계를 가진 언어가 그리 흔히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위 (1)의 체계가 결코 처음부터 우연히 이러한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고모음 [u]의 자리를 보완하려는 보완 모음(complementary vowel)으로서의 상승 행위는 아닐까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는 축구 시합에서 선수 중 한 명이 퇴장을 당하였을 때 그 선수의 역할을 메우기 위해 가까운 포지션의 선수에게 약간의 위치 이동을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원래는 (2)와 같은 완벽한 5모음 체계이었는데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모음 [u]를 잃어 후설 고모음이 비어 있는 상황이 되자 (1)과 같이 그 빈자리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모음은 가능한 한 최대로 넓게 분포된다는 산포 이론(dispersion theory)에 의한 행위의 일환으로서의 모음 상승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그러하다면 (1)의 체계가 특별하다 하더라도 (2)의 결과에 따른 역사적 제약에 의해 생성된, 불가피한 체계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물론 해당 언어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모음 체계 변화의 요인과 그 방향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진화생물학에서와 같은 학문적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모든 모음 체계는 과거 어느 시점에서의 모음 체계의 연속선상에서 다른 모습을 향하여 변하는 과정에 있는 체계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음운 체계와 관련해서는 체계 변화의 요인과 향후의 방향, 그리고 그 미래의 방향에서 되돌아보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자연 언어 음운 체계의 보편성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한 책이다.
…
보편성의 관점에서 자연 언어의 자음 체계와 모음 체계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자연 언어 음운 체계의 분석은 지난한 일이지만 그 모습이 어떠할까 하는 것은 음성학이나 음운론 연구자들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음운 체계는 왜 변하며 왜 언어마다 다른 모습의 변화를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음운 체계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이고 그 변화는 어떤 모습을 향하여 가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들이 이 분야 연구자들의 관심사이다. 그러한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자연 언어 음운 체계의 모습이 어떠한지 조감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조감도를 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제1장 언어와 말소리
Homo loquens! 흔히 ‘언어적 인간’이라고 해석하는 이 말의 원뜻은 ‘talking man’, 즉 ‘말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언어인 자연 언어(自然言語 natural language)는 기본적으로 말로 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음성 언어인 말과 문자 언어인 글이 있는데 글보다는 말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이 없는 언어는 있어도 말이 없는 언어는 없으며, 어린아이들은 글을 배우기 전에 말부터 먼저 배우게 된다.
말을 구성하는 요소는 소리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음과 모음이 그것이며, 억양이나, 강세, 길이 등도 자연 언어의 소리에 포함된다. 아래에서 보겠지만 이러한 자연 언어의 소리는 자연계나 동물의 소리와는 다르다. 이런 면에서 인간 언어를 구성하는 소리를 말소리(speech sound)라고 한다.
1. 음성과 음향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수단은 말이다. 인간의 지혜가 발달함에 따라 문자를 발명하고 현대에 와서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문자를 이용한 의사소통의 비중이 훨씬 커졌지만 의사소통의 기본은 입을 통해서 발화되는 말이다.
말은 소리로 되어 있지만 동물들의 소리나 천둥소리와 같은 자연계의 소리 또는 자동차 등에서 나는 기계 소리, 또는 악기 소리와는 두 가지 면에서 성격이 다르다. 그 첫째는 소리의 음성적 실체이다. 우리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흉내 낼 때 ‘멍멍’이나 ‘왈왈’ 등으로 표현하지만 이 두 표현만을 비교해 보더라도 초성, 중성, 종성이 모두 다르다. 사실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서 첫 자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모음이 무엇인지, 받침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소리에는 자음이나 모음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반면 인간의 말소리는 해당 언어에서 동일한 자음이나 모음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산]이라는 음성을 들으면 모두 동일하게 ‘산’으로 표기하여 초성, 중성, 종성이 같다. 또 하나의 차이는 결합 또는 분절의 문제이다. 자연계의 모든 소리는 더 작은 소리 단위의 합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강아지의 소리를 더 작은 소리인 ‘ㅁ-ㅓ-ㅇ’으로 분절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는 달라 더 작은 소리인 자음과 모음으로 분절할 수 있다. 한국어의 ‘산’은 ‘ㅅ-ㅏ-ㄴ’으로 구성된 말이고, 영어의 ‘mat’은 ‘m-a-t’의 세 소리로 분절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하여 내는 소리를 음성(音聲 sound speech) 또는 말소리라 하여 자연계의 소리인 음향(音響 sound)과 구별한다. 음성학이나 음운론 등 언어학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소리는 바로 이 음성, 즉 말소리이다.
2. 말소리의 특성
자연 언어의 말소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 청각성이다. 우리 인간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입으로 발화하여 귀로 듣는 음성 언어의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인간의 의사소통에 있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을 제공한다.
① 음성 언어인 말은 문자 언어인 글에 비해 신체적 노력이 적게 든다. 이것은 긴 글을 작성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으로, 글을 쓰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신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는 한,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말로 표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② 음성 언어를 통해 화자와 청자 사이에 동시적이며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음성 언어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문자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번거로움을 안고서라도 만나서 대화를 하게 된다.
③ 음성 언어는 환경적 제약을 덜 받는다. 즉, 어둠이라든지 시각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한다.
둘째, 분절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향은 그 소리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없지만 음성으로 이루어진 단어는 더 작은 단위( 자음과 모음)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서로 다른 두 단어를 듣고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단어가 몇 개의 말소리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음성학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분절음(分節音 segment)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셋째, 결합성이다. 이 특성은 위에서 언급한 분절성을 거꾸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첫째는 음성들이 모여 음절을 이루고 음절들이 모여 단어와 같은 더 큰 단위를 이루는데,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낱낱의 말소리를 결합하여 단어와 같은 다양한 의미의 덩어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이 문명을 갖게 된 것도 바로 말소리와 의미를 다양하게 결합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보통의 언어가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대략 40~50개의 말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 소리를 결합하여 무수히 많은 단어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이 지구상의 어떤 언어도 자음과 모음의 수가 부족하여 단어나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넷째, 대립성이다. 우리가 말소리를 결합하여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언어에서 사용되는 각각의 말소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산’과 ‘만’의 차이, ‘만’과 ‘문’의 차이, ‘문’과 ‘물’의 차이는 ‘ㅅ’과 ‘ㄱ’, ‘ㅏ’와 ‘ㅜ’, ‘ㄴ’과 ‘ㄹ’의 서로 다른 말소리에 기인하는 것이다.
다섯째, 추상성이다. 우리가 입으로 발화하는 구체적인 말소리의 실제 발음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동일한 소리로 인식한다. 마치 사과의 색깔과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지만 동일하게 ‘사과’라고 인식하는 것과 같다. 만약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발음하는 소리를 모두 다르게 인식한다면 대화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말소리에 두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입으로 발화하는 구체적인 말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머릿속에 저장된 추상적인 말소리이다. 전자를 음성(音聲 phone)이라 하고 후자를 음운(音韻 phoneme)이라 한다. 결국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 입으로 발음하는 음성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머릿속에서 인식하는 음운은 같다.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개념이 모두 필요하여 소리의 생성과 관련하여서는 음성학적 설명과 용어가 필요하고 음성들이 모여 체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음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3. 말소리의 생성 과정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내용은 말소리의 생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말소리가 어떻게 생성되는가 하는 것이다.
말소리는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기본적으로 우리 신체 내부에서의 몇 군데의 기관을 거쳐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