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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여중 구세주

남성여중 구세주

양호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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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여중 구세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남성여중 구세주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023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1-07-29

책 소개

청소년 베스트셀러 <꼴찌들이 떴다!> 양호문 작가가 <남성여중 구세주>를 출간했다. 혜진, 세주, 인정, 은하 네 아이의 발랄한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아름다웠던 그 시절 우리들의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하다.

목차

프롤로그

맨 뒷자리
오이소박이
미트볼 파스타
차남구함
성난 황소
태풍 마마
사분오열
보약 노동
천사 강림
지옥 여행
예술관 남중생들
흡혈 모기

에필로그
『남성여중 구세주』 창작 노트

저자소개

양호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평생의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문학에 끈질기게 구애하여, 마침내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을 수상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일념으로 써내려간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작품으로 『중3 조은비』 『공주 패밀리』 『꼴찌들이 떴다!』 『정의의 이름으로』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달려라 배달 민족』 『웰컴, 마이 퓨처』 『악마의 비타민』 『서울 간 오빠』 『식스틴 마이 러브』 『4월의 약속』 『별 볼 일 있는 녀석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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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언니! 아까 올케가 혜진이를 우리 집에 데려다놓고 갔는데, 어떡하면 좋지?”
큰고모였다. 덕적도에 사는 큰고모와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둘이서 주고받는 목소리가 내 귀에 고스란히 들렸다.
“저번에 장례식 날 그런 소릴 하더니만, 정말 걔를 너한테 데려갔구나?”
“응! 나도 그냥 해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데리고 왔지 뭐야!”
아버지 장례식 날 엄마가 나 몰래 고모들에게 그런 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날 나는 아버지 영정 사진을 들고 장의차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소복 차림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멍한 표정으로 이따금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럼 올케는 어디로 간다던?”
“몰라. 그냥 멀리 떠난다고 그러더라고. 언니도 얘를 맡을 형편이 못 되지?”
나는 큰고모가 어떤 대답을 할지 귀를 바짝 기울였다. 작은고모보다는 큰고모를 더 많이 만났었고, 덕적도 큰고모네 집에 몇 번 놀러 간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나는 애들이 셋에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까지 있잖아? 내가 맡으면 좋겠지만.”
“으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맡아야겠네. 그런데, 우리 애들이랑 한방을 쓰라니까 얘가 싫다네!”
그 말을 하면서 작은고모가 나를 힐끔 쳐다봤다. 무슨 처치 곤란한 물건을 보듯 다소 건조한 눈빛에는 짜증기가 섞여 있었다.
“처음엔 어색하니까 그러겠지! 근데 올케가 돈이라도 좀 주고 갔니?”
“돈은 무슨 돈? 오빠 병원비로 재산 다 날리고 오히려 빚을 많이 졌다는데.”
“아마 그럴 거야. 6년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니.”
“아무튼 알았어, 언니! 일단 얘는 내가 데리고 있어볼게.”
고모들한테까지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나. 나는 더 이상 세상을 살기 싫었다.


“너, 교과서 안 가져왔구나?”
내가 부산을 피우자 우측으로 한 분단 건너 4분단에 앉은 한 아이가 물었다. 나는 대답을 않고 네가 뭔 상관이냐는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러자 그 아이가 자기 교과서를 나한테 던져주었다.
“자, 내 거 봐!”
공중으로 3미터를 날아온 교과서를 얼떨결에 받았다. 그래놓고 나는 그 아이에게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굳이 이런 값싼 친절을 베풀지 않아도 돼. 사실 그동안 그 아이가 두어 번 말을 걸었으나 완전히 무시하고 대답도 하지 않았었다. 그 누구와도 어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갈등이 일었다. 교과서를 받았으니 자리에 그냥 앉아 있을 건지, 거부하고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갈 건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참에 사회 담당 선생이 들어왔다.
(…) 사회 선생 유라큐라가 2분단을 점검하며 앞쪽으로 얼마큼 갔을 때, 그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야, 남혜진!”
“……?”
“남혜진! 이젠 내 책 돌려줘, 얼른!”
사회 선생의 눈을 피해서 자기한테 교과서를 던져달라는 것이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아!”
그제야 알아차린 나는 그 아이를 향해 교과서를 휙 던졌다. 그 아이가 교과서를 받은 후 손가락을 펴 V자를 만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나도 씨익 웃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도움을 준 첫 아이, 내 이름을 불러준 첫 번째 아이였기에 나는 기분이 몹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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