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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0856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3-08-18
책 소개
목차
1부_소원 하나 들어주면 용서해줄게
2부_간절히 바란 한 가지 소원
3부_소원 따위 필요 없어
『소원 따위 필요 없어』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혜주는 엄마를 사랑했다. 동시에 엄마를 무서워했다. 엄마도 혜주를 사랑했지만 아프게도 했다. 그 모순을 이해하기엔 혜주는 어렸고 약했다. 엄마는 혜주가 공부 잘하는 로봇이 되기를 바랐다. 미안하게도 혜주는 엄마의 기대만큼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로봇은 더더욱 될 수 없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했다. 엄마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혜주의 행복인지, 아니면 혜주를 통한 엄마의 행복인지 헷갈렸다.
“더 잘할 수 있어. 누구 딸인데.”
엄마의 과도한 기대에 숨이 막혔다. 학창 시절 엄마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잘 알았다. 엄마 아빠가 명문대를 나왔다고 자식도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나? 그 간단하고 쉬운 걸 엄마 아빠만 몰랐다. 반에서 1등 한 번 못한 혜주도 알고 있는 진실인데.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 그곳이 병원이었다. 엄마의 완벽주의 병이 시작될 조짐이 보일 때마다 혜주는 거짓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나일론 환자가 되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변비약을 많이 먹어 설사를 유도하거나 드라이어로 머리를 한껏 달궈 미열이 나는 척하거나 떼굴떼굴 구르며 증상을 위장했다. 무조건 아프다고 울며불며 난리 치면서 당장 입원하겠다고 떼를 썼다.
“눌러볼 게 하나 더 남았는데.”
혜주가 동수를 건너다봤고 동수는 사다리 보관함의 글씨를 뚫어져라 봤다. 나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혜주가 움직이기 전에 민아가 손을 뻗었지만 늦었다. 혜주는 홀린 눈초리로 반짝이고 있는 ‘ㅁ’자를 바라보다가 이번에도 여느 버튼을 누르듯 가볍게 꾹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멜로디가 다시 시작됐다. 민아는 화들짝 놀라 링거대를 꽉 잡았다. 비상 버튼을 다시 누른 게 아닌데 왜 멜로디가 또 나오지?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혜주가 엘리베이터 중간 바를 두 손으로 붙드는 모습이 보였다. 춤을 추듯 꿈틀거리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움직였다.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렇게 빠르게 옆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세상에 있다고? 믿을 수 없다. 민아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그 바람에 링거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실내를 밝히고 있던 조명이 깜박거렸다. 그 사이로 민아는 보고야 말았다. 동공 지진이 시작된 동수의 두 눈동자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