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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시간을 건너는 집 2)

김하연 (지은이)
특별한서재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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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시간을 건너는 집 2)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0887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3-10-18

책 소개

베스트셀러 청소년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으로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 김하연 작가가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으로 돌아왔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미혼모 가정 아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등 더욱 폭넓고 다양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목차

I. 혼란의 8월
II. 탐색의 9월
III. 갈등의 10월
IV. 파괴의 11월
V. 다시, 11월

에필로그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창작 노트

저자소개

김하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프랑스 리옹3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장편동화를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동화 <소능력자들> 시리즈, <똥 학교는 싫어요!>, 청소년 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 시리즈, <너만 모르는 진실>, <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블랙북>, <나만 아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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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민아는 두 친구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다 떡볶이 가게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혼자 남으면 심심할 줄 알았는데 왠지 마음이 편했다. 셋은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동이 다르다. 아영은 102동, 지우는 103동, 민아는 101동. 101동은 다른 동들과 뚝 떨어져 있다. 주차장도 따로 쓰고, 놀이터도 그렇다. 101동 놀이터의 그네는 줄이 끊어진 지 백만 년이 지났지만 사용 금지라고 휘갈겨 쓴 종이가 아직도 붙어 있다.
101동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다.
엄마는 택배 기사들도 101동을 차별한다고 분노했다. 다른 동으로 온 택배는 문 앞에 놔주면서 101동에 온 택배는 텅 빈 경비실 앞에 쌓여 있다. 하지만 민아의 엄마도 임대동 주민을 대표해 택배 기사에게 항의할 용기는 없었다. 민아는 엄마가 입을 삐죽일 때마다 엄마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도 빨리 부자 돼서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런 행운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찾아올까. 그렇게 좋은 일은 대단한 복을 타고났거나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얼굴이 엄청 예쁘거나 잘생긴, 어떤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야, 정아린. 너 집에서 꼼짝도 안 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어. 너랑 중학교 때부터 경쟁하던 민기. 그 황 변호사 아들! 걘 지금처럼만 하면 서울대 법대는 따 놓은 당상이라더라. 요즘 그 인간 고민이 뭔 줄 아냐? 민기가 자기처럼 법조계로 진출하면 좋겠는데 걔 꿈은 의사래. 그러면서 자기랑 친한 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명함 줄 테니까 아린이 한번 데려가보라더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
민기의 근황은 아린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간간이 염탐하는 그 애의 인스타그램은 환하게 웃는 셀카와 등급란이 ‘1’로 도배된 성적 통지표로 가득했다. 아빠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려는 순간 기적처럼 벨소리가 울렸다. 아빠와 제일 친한 변호사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떴다.
“응, 식사 중이었어. 어디? 그래, 지금 출발하면 삼십 분 안에 도착해.”
아빠가 젓가락을 식탁에 던졌다.
“또 어딜 가. 벌써 9시 되어가는데.”
“한잔만 하고 올게. 나도 스트레스 풀어야 할 거 아냐!”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싱크대 서랍장으로 달려갔다. 물도 없이 소화제를 삼키며 무견을 생각했다. 싫은 소리를 퍼붓던 아빠의 모습에서 무견을 몰아붙이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주제에 그 애한테는 다닥다닥 잘도 쏘아붙였다.
만만하니까.
나이도 어리고, 공부도 못했을 것 같고, 가난해 보였으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견을 깔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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